“시세보다 감정가 비싼데…” 서울 아파트 신건 낙찰 한달새 절반 ‘뚝’

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유리창에 전월세 매물이 붙어 있다. 최근 집값 하락 분위기가 확산하며 ‘깡통전세’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깡통전세가 늘어날 경우 다수의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해 피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임차인 및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신청한 강제경매 진행 건수는 총 983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659건 대비 약 49% 늘어났다. 2022.8.7/뉴스1

“지금 경매 감정가로 신건(1회차 경매 물건) 낙찰받으면 그냥 호구 되는 거예요. 경매의 기본이 나중에 제값 받을 수 있는 물건을 최대한 싸게 사는 건데 지금은 눈치 보기도 심하고 어려워요.”(경매업계 종사자 A씨·60대)

부동산 경기가 가파르게 꺾이면서 아파트 경매 열기도 빠르게 식고 있다. 특히 서울 아파트 경매 신건 낙찰률은 20% 수준까지 떨어졌다. 일 년 전 경매에 처음 나온 3곳 중 2곳이 바로 낙찰되던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특히 일부 경매 물건의 감정가가 시세보다 비싸 시장에 관망세가 더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부동산 가격 하락이 어느 선까지 진행될 경우 매매시장과 경매시장이 ‘디커플링’(탈동조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25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26.6%로, 전월(56.1%)보다 29.5%포인트(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 경매 시장에 처음 나온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21.1%(38건 중 8건)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30건 중 13건)대비 절반 수준이자 낙찰가율이 최고로 치솟았던 지난해 6월(69.4%)대비 3분의 1 토막 수준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지금 아파트 신건의 경우 감정가가 시세와 역전되는 게 있어 입찰 참여자들이 관망세를 보인다”며 “감정가는 경매 진행 최소 6개월 전 시세로, 지금보다 비쌀 확률이 높은데 한두 번 유찰돼야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지속되는 대출규제와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 매매시장 위축이 경매지표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실제 아파트 시장 전반에서 매수세는 줄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84.4)보다 0.7p 내린 83.7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9년 7월 8일(83.2) 이후 약 3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0~200 사이의 점수로 나타낸다. 기준치인 100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집을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경매시장에서는 최소한 인도 시점까지 고려해 입찰에 나선다”며 “매수세가 줄어든 영향이 경매에도 영향을 주는데 낙찰받은 후부터 정확히 인도가 이뤄지는 시점까지 시세가 계속 하락할 수 있어 신건은 선뜻 (입찰에) 나서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당분간 경매와 매매시장이 커플링(동조화)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향후 가격 하락기에 경매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일부 나타나 매매·경매시장이 디커플링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분간 경매 시장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유찰이 반복되면서 최저입찰가가 낮아지는 만큼 경매가 비교적 저렴하게 주택을 마련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낙찰가율이 낮아지는 지금 내 집 마련을 위해 경매에 도전할 수도 있는데 물건 특성·권리 관계·시세 등의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입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