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환율 급했다…한은, 연속 금리 인상 배경은

  • 뉴시스
  • 입력 2022년 8월 25일 10시 06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사상 처음으로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6%대 소비자물가가 두 달 째 이어지고 있어 고(高)물가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올해 4월, 5월, 7월에 이어 8월까지 사상 처음 네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이다.

한은은 통화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안정으로 보고 있다. 경기회복에 부담이 가더라도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판단이다. 하반기 마이너스 성장 전망도 나오고 있는 등 우리 경제의 성장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높게 유지되는 물가상승 압력을 먼저 차단할 필요가 높다고 본 것이다.

한은은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 둔화를 우려해 통화정책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가 고착화 될 수 있는 등 물가상승 악순환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금통위원은 “현재 인플레이션이 공급제약과 더불어 빠른 수요증대에도 기인하는 만큼 잠재수준을 넘어선 수요의 조절 없이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어려우며 어느 정도의 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하다”며 “이 과정에서 경기가 경착륙되지 않도록 적절히 대응해 나가는 것이 통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데 1970년대 미 연준의 ‘스탑 앤 고(stop-and-go)’ 교훈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1970년대 미 연준은 세 차례의 큰 인플레이션 사이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금리 인상과 인하를 반복했는데, 물가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침체를 우려해 성급히 금리인하에 나선 결과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악순환을 막지 못해 경기진폭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 바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6%대를 기록하면서 기준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을 막을 필요가 큰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5월 5.4%로 5%대를 넘어선 후 6월 6.0%, 7월 6.3% 등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8, 9월에는 추석을 앞두고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연간 물가가 5%를 넘을 가능성이 커졌다. 연간 물가가 5%대를 기록하게 되면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와 한은이 물가 정점을 9~10월로 내다 보고 있지만 아직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소비자물가 상향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1~7월 누적 물가가 4.9%로 한은 전망치(4.5%)를 넘어섰다. 현실화 될 경우 외환위기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5%를 넘게 된다.

향후 1년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는 8월 기대인플레이션율 역시 두 달 연속 4%를 지속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가 향후 1년간 예상하는 물가 상승률인 8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3%로 나타났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달(4.7%)보다는 0.4%포인트 낮아진 것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그동안 기대인플레이션은 실제 물가 움직임에 후행하는 경향을 보여왔는데 기대인플레와 물가가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는 기대인플레의 물가 파급 효과가 과거에 비해 커질 수 있다. 기대인플레까지 크게 오르면서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한은으로서는 이를 그대로 두고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격 인상, 임금 인상으로 이어져 다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물가 상승을 고착화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물가 대응에 실기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고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돼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되면 향후 보다 큰 폭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지고 경제 전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금통위에서도 금통위원 전원이 물가 급등 등을 이유로 추가 기준금리 필요성을 지적했다.

한 금통위원은 “향후 경기 및 물가 전망, 금융상황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상당기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며 “다만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과 통화정책의 파급시차 등을 고려할 때 향후 물가가 예상 경로를 크게 상회하지 않는 한, 점차적인 금리인상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도 “현재의 경제상황에서 통화정책이 가장 우선시해야 할 부분은 물가상승 압력을 줄여 나가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라며 “현재 기준금리 수준은 여전히 중립금리 추정범위를 밑돌고 있고 지금 물가상승 기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을 치뤄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줬다. 미 연준 긴축 가속화, 유럽발 경기침체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금융위기 때 수준까지 올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23일 1345.5원에 마감해 연고점을 또다시 경신했다. 이는 2009년 4월 28일(1356.8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한·미 금리가 역전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 역시 금리인상으로 대응 필요성을 높였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고강도 긴축 의지를 재확인 한 상황이다. 한미 금리가 역전폭이 커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되고, 원화 가치도 떨어질 수 있다. 환율 급등으로 인해 수입 물가가 오르고,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더 문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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