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0.25%P 인상]
0.25%P 올려… 高물가 대응
올해 물가전망 4.5%→5.2%로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 4차례 연속으로 올렸다.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부동산 등 자산 시장의 위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2.2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앞으로 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낮아질 수 있겠지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상당 기간 5, 6%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고 인상 배경을 밝혔다. 이날 결정은 금통위원 6명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한은은 또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5.2%로 제시했다. 기존 전망치(4.5%)보다 0.7%포인트 높은 것으로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7%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이창용 “성장보다 물가 먼저 잡아야”… 연말 기준금리 3% 갈수도
한은, 금리 0.25%P 올려 2.5%로
“지금은 빅스텝 밟을 상황 아니다” 연말까지 1, 2번 더 금리 인상 시사 환율 급등따른 ‘외환 위기설’ 우려엔 “한국, 과거와 달리 순채권국” 일축 전문가 “금융시장 경각심 더 가져야”
“성장률이 좀 낮아지더라도 물가를 우선적으로 잡아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지금은 성장보다는 물가 안정이 더 중요시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 총재의 발언은 이날까지 사상 처음 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한은이 필요하면 올해 말까지 5, 6차례 연속 금리 인상도 고려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됐다.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가 올해 말 3.0%, 내년 상반기엔 그 이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 4번 연속 올린 한은, 추가 인상 시사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이 올라가면 실질소득이 떨어지고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에 영향이 크다”면서 “우리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좋다면 물가를 우선적으로 잡는 게 국민 경제에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연말 기준금리를 2.75∼3.0% 수준으로 보는 시장의 기대가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10월, 11월 두 차례 남은 회의에서 금리를 추가로 올리겠다는 의미다. 그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 억제와 고물가 고착 방지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 총재는 추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충격이 왔을 때는 몰라도 지금 상황에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금리를 계속 올려야 한다는 한은의 인식에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물가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 비해서는 그나마 선방하고 있어 금리 인상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이날 올해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에도 2.6%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당초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올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이 총재의 경기와 물가에 대한 발언을 보면 내년 인상 가능성도 열어놓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은 금통위원을 지낸 함준호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물가가 높은 수준에 있더라도 수요 측면이 아닌 공급 측면의 압력 때문이라면 금리를 계속 올릴 필요는 없다”며 “물가 압력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금융위기 우려할 상황 아냐”
이 총재는 최근 환율 급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것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과거와 같은 경제위기 상황이 재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 총재는 “마치 우리 유동성, 신용도에 문제가 있어 1997년이나 2008년 같은 사태(외환·금융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들을 한다”면서 “하지만 현재는 우리 통화만 절하되는 게 아니라 달러화 강세로 다른 주요국이 다 겪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와 달리 한국은 채무국이 아니라 순채권국이기 때문에 유동성이나 신용 위험보다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물가를 더 걱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도 브리핑을 통해 “외화유동성 지표가 과거 위기 때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금융위기나 외환위기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위기설을 차단했다.
그러나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에 좀 더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중앙은행이 9월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서 한미 금리 차가 벌어지고 환율 상승 압박이 거세지면 한은이 10월 회의에서 뒤늦게 빅스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리 인상이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코스피는 1.22% 급등하고 환율은 6.9원 내린 1335.2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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