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 원전 수출]
한수원, UAE 바라카 이후 첫 수주
尹 “원전산업 지원 아끼지 않을 것”
한국수력원자력이 약 3조 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약을 따냈다. 한국이 조 단위로 해외 원전 사업을 계약한 것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약 21조 원) 이후 13년 만이다. 정부는 이번 계약이 체코, 폴란드 등 다른 해외 원전사업 수주로 이어지며 탈원전 정책으로 무너진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수원은 이날 오전(현지 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러시아 원전업체 로사톰의 자회사 ASE와 원전 건설 계약을 맺었다. 원전 기자재 공급과 터빈 건물 등 82개 건물 및 구조물에 대한 시공 계약이 골자다.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사업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1200MW(메가와트)급 원전 4기를 짓는 것으로 총 사업비가 약 40조 원에 달한다.
한수원은 지난해 12월 우선 협상자로 선정됐다. 올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수주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ASE가 미국의 제재 대상에서 제외되며 고비를 넘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수주는 대한민국 원전의 우수함을 입증한 것”이라며 “원전산업이 국가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K원전, 아프리카 첫 진출… “체코-폴란드 원전 수주 마중물 기대”
13년 만에 원전수출 재시동
잠재력 큰 아프리카에 교두보 마련 ‘2030년까지 10기 수출’ 청신호 국내 업체 본격 발주는 연말부터 일각선 러 경제제재 영향 우려
한국수력원자력이 이집트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은 13년 만의 대규모 원전 수주일 뿐 아니라 중동에 이어 아프리카 원전 시장 첫 진출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공약한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이집트 원전 건설 프로젝트 수주가 향후 체코, 폴란드 원전 수주의 강력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본격적인 발주는 올해 말”
25일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이 러시아 ASE와 맺은 계약은 원자로에서 발생한 에너지를 전력으로 바꿔주는 터빈 건물 건설과 기자재 공급이 골자다. 원전의 핵심인 원자로 건설은 주계약자인 ASE가 맡는다. 한수원 계약금액은 전체 사업 규모(약 40조 원)의 약 7.5%(3조 원)에 해당한다. 현재 이집트 엘다바 지역에서 원자로 건설을 위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시작됐고, 한수원은 내년 8월부터 공사에 들어간다.
앞서 한국전력 컨소시엄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와 한국형 원전(APR 1400) 4기(5600MW)를 짓는 바라카 원전 건설계약을 수주했다. 당시 한전은 주계약자로 원자로 건설에 참여해 계약금액이 약 21조 원에 달했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다음 달에 한수원이 국내 원전 기자재 업체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연다. 본격적인 발주는 이르면 올해 말에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 윤 대통령까지 원전 세일즈 나서
지난해 12월 한수원이 ASE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당시에는 무난히 계약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의 대러 경제 제재가 시작되면서 러시아의 ASE도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게 된 것. 특히 러시아 은행이 국제 금융 결제망에서 배제됨에 따라 채무 불이행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계약 체결이 당초 예상 시점인 올 4월을 넘기며 수주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다행히 ASE가 미국의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고, 에너지 분야가 국제 금융 결제망 배제에서 빠져 한수원과 ASE의 협상이 재개될 수 있었다. 박 차관은 “미국으로부터 한수원과 ASE의 계약은 러시아 제재와 상관없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계약 막바지였던 지난달 “이집트 원전사업 성공을 위해 한국 정부와 기업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이집트 대통령에 전달했다.
정부와 원전업계는 이번 이집트 원전 건설계약이 한국 원전 수출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프리카 중심 국가인 이집트가 처음 짓는 원전 건설에 참여하면서 향후 잠재력이 큰 아프리카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자금 사정이 계속 악화되면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는 올 4월 “국채 상환을 루블화로 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달러화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박 차관은 “현재 파악한 바로는 향후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공사대금을 받지 못할 위험은 크지 않다”며 “공사 기간이 길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를 해나가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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