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4개사가 자사 인력을 부당하게 빼돌렸다는 이유로 현대중공업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수주 호황으로 조선사 인력난이 날로 심각해지자, 구인을 둘러싼 조선사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는 평가다. 일부에서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불발도 이번 사태 발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케이조선·대한조선 등 4개 조선업체는 이르면 이번 주 한국조선해양을 공정위에 제소할 예정이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이 300여명의 핵심 인력을 통상 범주에서 벗어나는 연봉과 보너스를 제안해 인력을 빼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45조 1항과 시행령 36조 등은 부당하게 경쟁사의 핵심인력을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유출된 인력 대부분이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관련 인원이라는 것도 이번 제소의 배경이 됐다.
업계는 이번 사태가 조선사들 인력 부족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조선 빅3가 올 상반기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올해 상반기 기준(6월30일) 직원수는 3만311명으로 1분기(3만395명) 대비 84명 감소했다.
조선 빅3 가운데 현대중공업만 직원수가 늘었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선 현대중공업은 1만2759명으로 1분기(1만2625명) 대비 134명 늘었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8569명으로 76명 감소했다. 삼성중공업은 142명 줄어 8983명을 기록했다. 최대 감소폭이다.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 대규모 공채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300여명에 가까운 경력직이 현대중공업으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기준 현대중공업의 직원수만 늘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감소하게 된 결정적 배경이다.
이번 제소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합병 무산에서부터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합병이 예상대로 원할하게 마무리됐다면 대우조선해양이 이번 제소에 참여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제소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중공업 또한 단독으로 행동하기에는 부담이라 경고성 발언에 그쳤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인수합병 무산 뒤 현대중공업에서 대규모 경력직 채용을 진행했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들 핵심 인력들이 현대중공업으로 지원하면서 사태를 키우게 됐다는 것이다.
제소가 결정되기 전부터 현대중공업의 대규모 경력직 채용을 두고 업계 내에서는 따가운 시선이 존재했다. 국내 조선 3사가 주도하고 있는 조선업계에서 큰 형님 격인 현대중공업이 경력직을 채용하면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직원들이 지원할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기 때문이다. 채용 시기 또한 인수 합병이 무산된 직후라 이러한 의구심은 더 컸었다.
조선 4사가 공정위에 제소하기로 하면서 최종 판단은 공정위에게 맡겨졌다. 업계는 조선 4사가 인력 유출의 부당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이들이 승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도 업황 호황에 따라 공개 경력 채용을 진행한 것이 부당한 유인행위에 해당하는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다만 현대중공업이 앞으로 타사 인력을 채용하는데는 부담을 가질 수 있다. 이번 제소로 조선 4사들이 거둘 수 있는 최대 성과다. 이들이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소하는 것 또한 승소 목적보다는 앞으로 더 이상 인력 유출은 용인할 수 없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차원일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통상적인 공개 채용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타사에서 부당하게 인력을 빼온 적이 없다”며 “경력직 채용은 모든 지원자가 동등한 조건으로 절차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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