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9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반될 소지가 높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IRA가 한미 FTA나 WTO 규정을 위반했느냐는 질의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위반이다 아니다를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위반 소지가 높고 필요한 경우 WTO 제소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한미 FTA 규정상 (문제 제기 시) 한미 FTA나 WTO 절차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돼 있다”면서 “두 개를 잘 비교해 봐야하겠지만 WTO 절차로 가면 같은 입장인 일본, EU(유럽연합) 국가들과 공조가 가능한 면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IRA는 한국산 차량을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법으로, 미국의 보조금 대상 리스트에서 우리의 현대차·기아가 제외되면서 자동차 업계와 배터리 업계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한미 FTA 위반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면서 “한미 FTA의 비차별 원칙에 위반되는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장관은 IRA에 대한 위원들의 우려에 “미국 우선주의가 많이 반영된 법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우리 기업의) 투자가 집행되기 전에 이런 법안 나와서 투자에 1년 정도 갭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며 “미국차들도 배터리 요건이 엄격하기에 미국 업계에서도 이 요건이 만족되는게 어느 정도 되는지 낮게 보는 면이 있다. 미 정부 내 움직임과 (자국의) 업계에서의 애로, 우리 정부의 요구 등 다 묶어서 한국의 현지 수출과 우리 차 업계가 보조금 받는데 영향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미국의 중간선거가 11월에 끝나게 되면 상황변화가 있다고 보여지기에 (정부가) 노력을 다 해 나갈 것”이라며 “내주 통상본부장이 미국을 찾고, 9월 중순 경에는 미국 상무부 장관과의 회담이 있어 저도 방미할 예정이다. 우리 기업의 피해가 적도록 국내의 우려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안 본부장은 이날 국회에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이하 IPEF) 협상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IPEF는 바이든 정부 최초의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안보’ 플랫폼으로, 관세 인하와 부분적인 규제 철폐에 점을 두었던 다자·양자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더 범위가 넓은 경제협력체를 지향하고 있다.
IPEF에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번영과 역내 협력 강화 등을 목표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총 14개국이 참여 중이다.
안 본부장은 IPEF가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협의체’라는 지적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IPEF 참가국들이 대부분 중국과 통상 관계가 깊어 특정국가를 배제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특히 한중 통상 문제에 대해 “제네바 WTO 각료회의를 계기로 중국 측과 만나서 두 달간 준비 작업 통해 조만간 장관급 한중 통상 협의체가 발족될 계획”이라며 “한중 관계를 안정화하는 장치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도 “IPEF는 개도국부터 시작해서 여러나라들이 참여하고, IPEF 회원국들이 성장하는 지역인 만큼 통상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나라는 이 협의체에서 빠지거나 등한시 할 수 없다”며 “최대한 (우리 국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해 나가는게 (한국 세계교역의) 40%(를 차지하는) 큰 시장을 어떻게 선점할 수 있느냐는 말씀을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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