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배터리-日 완성차 업체 첫 합작… “IRA 맞춰 안정적 美 공급망 구축”
양사 총 5조9000억원 투자 합의… 40GWh 규모 오하이오주 건립 유력
내년 착공해 2025년 말 양산 계획… 권영수 부회장-미베 사장 체결식
LG에너지솔루션이 일본 혼다와 미국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는다. 일본 완성차 업체와 한국 배터리 업체 간 첫 합작 사례다.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 등에 맞춰 혼다로서도 안정적인 현지 배터리 생산라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과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29일 서울 영등포구 LG에너지솔루션 본사에서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체결식을 가졌다. 양사는 총 44억 달러(약 5조9000억 원)를 투자해 미국에 40GWh(기가와트시) 규모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공장 부지는 혼다의 주력 자동차 생산라인이 위치한 미국 오하이오주가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하이오주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첫 번째 합작 공장도 자리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혼다의 합작 공장은 2023년 상반기(1∼6월) 착공해 2025년 말부터 파우치형 배터리 셀과 모듈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배터리는 혼다 전기차 및 혼다의 프리미엄 브랜드 아큐라(Acura)의 전기차 모델에 공급된다.
양사의 합작 공장 발표는 최근 IRA 발효 등 미국 정부의 자국 내 생산 원칙이 강화되는 가운데 결정됐다. 혼다의 경우 첫 배터리 공장 합작 시도이기도 하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에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 기업과의 협업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은 전기차 생산을 자국 국경 안으로 가두려 하고 있다”며 “혼다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려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이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지난해 64GWh에서 2023년 143GWh, 2025년 453GWh로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이 63%에 이른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까지 총 20조 원 이상을 투자하며 북미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GM과 3개, 스텔란티스와 1개의 합작 공장 건설을 비롯해 미국 미시간 단독 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다소 지연되고 있지만 애리조나의 원통형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도 여전히 유효하다. 혼다는 북미 자동차 시장 점유율 6위로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고객사다.
혼다는 특히 2040년까지 신차 전체를 전기차 혹은 연료전지차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우선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 전기차 200만 대 판매를 목표로 총 48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이번 LG에너지솔루션과 혼다의 합작으로 한국 배터리 업계와 일본 완성차 업계 간 협업도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일본 상용차 업체인 이스즈에 2023년부터 전기트럭용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닛산의 경우 6월 폴란드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아리야(ARIYA)’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면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했다고 공개했다.
권 부회장은 이날 “높은 브랜드 신뢰도를 구축한 혼다와의 이번 합작은 북미 전기차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고객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전동화에 앞장서 고객이 신뢰하고 사랑하는 세계 최고의 배터리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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