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동안 영업적자 2조3000억… 부채비율 700% 가까이 치솟아
박두선 사장 “현금 거의 고갈 상태”… 2015년 이후 공적자금 7조 투입
대우조선, 추가 지원 요청 방침… 현상태선 분리매각도 쉽지 않을듯
대우조선해양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 전경. 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이 또다시 생존의 기로에 섰다. 최근 1년 반 동안 2조3000억 원대 영업적자를 내면서 부채비율은 700% 가까이로 치솟았다. 사실상 독자 생존이 어려운 상태에 내몰렸다는 얘기다. 박두선 대우조선 사장은 KDB산업은행에 1조 원대의 추가 공적자금 투입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 돈줄 말라버린 대우조선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676%에 이른다. 작년 6월 274%에서 1년 만에 400%포인트가 넘게 올랐다. 작년에 1조7500억 원, 올해 상반기(1∼6월) 5700억 원 등 대규모 영업적자가 계속된 탓이다.
최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우조선 서울사무소에서 본보와 만난 박 사장은 “충당된 현금이 거의 고갈돼 가는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하반기까지는 적자 기조가 이어질 거라고 내다봤다.
조선업은 실제 선박 건조 계약을 따내더라도 본매출이 잡히는 시점은 1년 반∼2년이 지난 후다. 수주 직후 계약금으로 10%만 받고, 중간정산이 30∼40%, 선박 인도 후 잔금으로 50∼60%를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주 실적이 4조 원대에 그친 대우조선은 올해 잡히는 매출이 많지 않다. 반대로 올해 수주는 1∼7월에만 연간 목표의 75%를 달성하는 등 호조세를 보였다. 문제는 올해 수주한 배를 만들기 시작하려면 지금부터 비용이 들어가는데 자금줄이 완전히 말랐다는 데 있다. 이른바 ‘자금 미스매치’가 하반기에 극대화될 수 있다.
내년에는 2조3300억 원 규모의 영구채(전환사채) 이자율이 뛸 가능성도 높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올해 말까지 연이율 1%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특혜 시비’ 때문에라도 내년부터 대우조선 신용등급에 맞는 정상 이율로 올릴 수 있어서다.
○ 추가 공적자금 요청할 수도
박 사장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면서도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지원을 요청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면) 대우조선이 당면한 인력 보강 문제와 대주주의 지원도 건의하고 싶다”며 “1조 원이나 1조2000억 원 정도만 더 있으면 될 것 같다”고 했다. 현재 5400억 원 정도인 자본금을 2조 원 가까이로 만들어야 탄탄한 재정을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우조선에는 이미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된 상황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은 2015년 대우조선에 4조20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빌려줬다. 이 돈을 대우조선이 갚지 못하자 2017년 일부를 지분으로 전환하고, 일부는 영구채로 전환시켰다. 2조9000억 원 규모의 한도여신(일종의 마이너스 통장)까지 제공했다. 2015년 이후에만 7조1000억 원이 투입된 셈이다. 2015년 이전에도 이미 1조5000억 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들어간 바 있어 대우조선에 투입된 세금은 8조6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강 회장도 지난달 “대우조선에 추가 공적자금 투입은 없다”고 못 박은 바 있다.
박 사장 역시 “경영정상화 가능성에 대한 국민 정서가 달라지면 ‘공적자금을 투입해도 괜찮겠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데, 대우조선은 아직 시장에 그런 믿음을 준 것 같진 않다”고 인정했다.
대우조선이 경영 난맥상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에선 분리매각설을 비롯한 여러 매각설이 대두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강 회장이 “대우조선의 분리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대우조선의 현재 경영 상황을 고려하면 어떤 형태의 매각도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부채비율 700%의 부실기업을 인수하겠다고 나설 후보자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매물로서의 몸값을 올리려면 재정적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대우조선의 논리가 더 이상 먹히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어떻게든 정리가 필요한 대우조선은 산업은행뿐만 아니라 정부로서도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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