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후폭풍’ 日-대만 증시 2%대 급락… ‘슈퍼 달러’에 환율 급등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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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줘도 긴축 유지” 발언 파장… 日증시 가장 큰 충격… 2.7% 하락
유럽 증시도 1%대 급락세 출발… 中증시 올랐지만 “곧 영향권” 전망
파월 긴축 발언, ‘슈퍼 달러’ 부채질… 장중 1달러당 139엔까지 치솟아
전자산 달러로 자본쏠림 심화

미국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 우려에 원-달러 환율이 연일 치솟고 있다. 29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 환율 종가(1350.4원)가 표시돼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미국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 우려에 원-달러 환율이 연일 치솟고 있다. 29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 환율 종가(1350.4원)가 표시돼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파월 긴축’ 쇼크… 주가-환율 요동

전 세계 금융시장이 ‘파월 쇼크’로 휘청거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 여파로 미 증시가 추락한 데 이어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급락하며 ‘블랙 먼데이’를 연출했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50원을 넘어섰고, 국내 증시는 2% 넘게 급락했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9.1원 급등한 1350.4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28일(1356.8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1350원을 돌파했다. 하루 상승 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이 극심한 쇼크에 빠졌던 2020년 3월 19일(40.0원) 이후 가장 높았다. 앞서 26일(현지 시간) 파월 의장은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 연설에서 “금리 인상을 쉬어갈 때가 아니다”라며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예고했고 이는 뉴욕 증시의 폭락으로 이어졌다.


연준이 고강도 통화긴축을 시사하자 한국은행도 경기 침체를 감수하고 금리 인상 속도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뜻을 비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7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국내 물가상승률이 5%를 훨씬 상회할 경우 파월 의장처럼 한은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면서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18%(54.14포인트) 내린 2,426.89에 장을 마쳤다. 이날 낙폭은 6월 22일(―2.74%) 이후 가장 컸다. 코스닥도 전장보다 2.81%(22.56포인트) 내린 779.89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2.66%)와 대만 자취안지수(―2.31%)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증시도 1% 이상 급락하며 출발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파월 의장이 그렇게 강하게 나올 줄 시장이 예상하지 못했다”며 “한은이 지난주 빅스텝에 나서지 못한 결과 환율 상승 압력도 커졌다”고 진단했다.

‘파월 후폭풍’ 日-대만 증시 2%대 급락… ‘슈퍼 달러’에 환율 급등


고강도 금리인상 예고에 韓-日-대만증시 2%대 폭락
원-달러 환율 1350원 돌파… 13년 4개월만에 처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강력한 긴축 의지 표명 여파가 이번 주 첫 거래를 시작한 29일 아시아, 유럽 증시 및 외환 시장을 강타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2.66% 하락한 것을 비롯해 대만 자취안지수(―2.31%), 호주 ASX지수(―1.95%), 홍콩 항셍지수(―0.73%)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유럽 증시도 독일 DAX와 프랑스 CAC40 등이 1% 이상 급락하며 출발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이날 한때 109.47까지 상승했다. 20년 만의 최고치다. 시장의 예상과 달리 연준의 강력한 금리 인상 기조가 확인되자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인 달러로 몰리면서 달러 가치가 초강세를 보이는 ‘킹 달러’ 현상이 더욱 강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 각국의 통화 가치가 급락했다.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이날 6.93위안 선까지 올라서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7위안에 육박해 연고점을 갈아 치웠다. 달러-엔 환율도 138.80엔을 보이면서 1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가계와 기업에 고통을 주더라도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긴축 정책을 이어가야 한다”는 파월 의장의 27일(현지 시간) 발언이 아시아 증시와 환율 시장을 직격한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엔화 등 아시아 통화 가치가 추가 하락하고 아시아 신흥 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아시아에서 日 증시 가장 큰 충격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은 일본이었다. 닛케이평균주가는 개장 초반 전 거래일 종가보다 850엔 이상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오후 들어 일부 회복했지만 3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장을 마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매도세가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금융 시장의 기대와 다른 파월 의장의 매파(강경파)적 발언에 미국 증시가 지난주 금요일 3%대 하락세를 보인 데 이어 최근 1, 2개월간 상승세를 보였던 아시아 증시도 하락세였다. 특히 이날 일본 증시의 하루 등락 폭은 2개월 반 만에 가장 클 정도로 증시 불안감이 심했다.

원 달러 환율이 1350원을 돌파한 2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다만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14%)는 소폭 올랐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경기가 둔화하자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대출 우대금리(LPR)를 전격 인하하는 등 경기를 뒷받침하는 금융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긴축 정책을 강화하면 중국도 악영향을 피해 가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단 왕 홍콩 항셍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중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코로나19 통제 장기화로 중국 경제 전망은 이미 나빠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슈퍼 달러’에 위안화-엔화 가치 급락

파월 발언 쇼크로 달러 가치가 초강세를 보이는 ‘슈퍼 달러’ 현상이 더욱 강해지면서 달러-엔 환율은 장중 139엔까지 상승했다. 일본이 연 0%대 초저금리 기조를 고집하고 있는 가운데 미일 간 금리 차이가 커질수록 엔화를 팔아 달러화를 사려는 움직임이 강해지는 구조다.

위안화 가치도 하락했다. 이날 중국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0.7% 오른 6.92위안을 기록했다. 2020년 8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홍콩 역외시장의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달러당 6.93위안까지 올랐다.

외신들은 달러-엔 환율과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달러당 140엔 및 7위안 선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 긴축 정책으로 더욱 극심한 경제적 고통이 수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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