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수출 경쟁력 약화의 원인인 대(對)중 수출 감소, 반도체 가격 하락, 높은 에너지 가격 등 ‘3대 리스크’에 대한 중점 관리에 나선다. 지난달까지 넉 달째 이어진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 적자 타개를 위한 긴급 처방 격이다.
정부는 31일 부산 신항에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이 담긴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우리 수출은 지난 2020년 11월 이후 이달까지 2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올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무역수지는 4개월 연속 적자를 보였고, 이달도 무역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최근의 무역적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아 에너지원 수입액이 늘어난 것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원유·가스·석탄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은 185억 달러로 1년 전 수입액(97억1000만 달러)과 비교해 90억 달러가량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독일 등 나라도 에너지 수입이 급증하며 무역수지가 악화하는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 최대 수출 시장인 대중 교역에도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대중 무역수지는 5억7000만 달러 적자로, 1992년 10월 이후 약 30년 만에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중국 내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시장이 침체되며 소비 심리가 위축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중국에서 한국산의 경쟁력은 낮아지는 반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늘어나는 등 요인도 복합 작용했다.
나아가 핵심 수출 품목인 반도체도 주춤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 줄었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11.2% 감소한 점이 치명적이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우선 대중 수출 활력 회복을 위한 경제, 산업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첨단 소재·부품·장비, 서비스 등 양국이 전략적으로 육성 중인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의 탄소중립 2060, 제로코로나 정책에 맞춰 스마트시티, 재생에너지 등 전략 그린산업 수출을 지원하고, 한국 소비재를 대상으로 대중 디지털 마케팅 지원도 강화한다.
고위 협력 차원에서 한·중 수요 30주년을 계기로 연내 산업·통상장관회의도 개최한다.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정례화해 우리 기업의 대중국 수출 활동도 안정적으로 지원해 나간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 향상과 수출 지원도 강화한다. 우선 향후 5년간 340조원 규모의 기업 투자를 돕기 위해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근거로 입지·인프라·절차 간소화와 세제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소재·부품 기업을 대상으로 글로벌 전시회 참가를 지원하고, 비즈니스 상담회 개최 등 현지 마케팅도 강화한다.
단기 유동성 지원 측면에서 반도체 소부장 중소기업 대상 수출 신용보증을 확대하고, 수출보험 우대 등 단기 무역금융 지원도 확대한다.
아울러 정부는 에너지 수입 수요를 관리하고, 효율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무역적자의 핵심 원인으로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석유의 가격이 급등하며 에너지원 수입액이 증가한 점이 꼽힌다.
이에 정부는 액화석유가스(LPG), 바이오 연료 등 다른 연료로 대체해 동절기 에너지 수입액을 아끼는 방안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LPG 혼소를 통해 LNG 수입액 8억8000만 달러, 산업체 연료전환으로 4억9000만 달러를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낙후 디젤발전기 교체, LPG 히트펌프 보급, 국내 바이오가스 생산·이용 확대 등에도 속도를 낸다.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해 산업·건물·수송 3대 분야 에너지 수요 효율화 지원 사업도 적극 추진한다. 에너지 효율 투자와 사업화 시설 등을 신성장·원천기술 세액공제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