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사업 위주 수주 뛰어넘어
문화 등 콘텐츠 사업 융합 구상… 원전-친환경 수주 지원도 강화
해외수주 금액 年500억달러에 세계 건설시장 점유율 4위 목표
공공기관이 해외 건설 사업을 수주할 때 걸림돌이 됐던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기준을 완화하고 금융지원 규모를 대폭 늘리는 등 정부가 해외 인프라 공사 수주 활성화에 나선다. 민관 합동 ‘팀 코리아’를 구성해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3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부산신항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해외 인프라 수주 전략 활성화 전략’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해외 수주를 위해) 대통령으로서 외교를 통해 직접 발로 뛰겠다”며 “팀 코리아로 똘똘 뭉친다면 제2의 해외 건설 붐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해외 수주 금액을 연간 500억 달러(약 67조 원)로 끌어올리고 세계 건설시장 점유율 4위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엔데믹 이후 세계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500억 달러), 인도네시아 신수도 이전(358억 달러), 폴란드 신공항 건설(74억 달러) 등 굵직한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의 해외건설 수주 실적은 2010년 연 716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전환해 현재 연 300억 달러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투자개발형 사업이나 친환경·원전 사업이 많아졌지만 수주 실적이 저조한 편이다.
우선 수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민관 협력을 강화한다. 사우디 등 대규모 발주를 앞둔 국가에 장관 등 고위급이 방문하고 아시아 지역 수주에 나설 때는 금융 지원을 확대한다. 프로젝트도 도로나 철도, 다리 등 인프라 사업뿐만 아니라 문화 등 콘텐츠 사업과 융합해 사업을 수주할 계획이다. 네옴시티 사업 수주에 정부와 삼성 현대 대우 등 민간 건설사뿐만 아니라 K팝을 상징하는 SM엔터테인먼트가 합류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단순 도급을 넘어 지분 투자, 인프라 운영까지 요구하는 최근 발주 추세에 맞춰 금융 지원도 강화한다. 투자개발형 사업을 보증 등으로 지원하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자본금 한도를 기존 5000억 원에서 2조 원으로 늘린다. KIND의 자본금이 늘어나면 프로젝트 재원 조달 등이 쉬워진다. 투자개발형 사업을 수주하면 인프라 운영 부문을 공공이 인수해 기업이 조기에 투자금을 회수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공기관이 해외 민관협력(PPP) 사업에 참여할 때 발목을 잡았던 예타 기준 금액도 현행 총사업비 1000억 원에서 2000억 원으로 올린다. 그동안은 예타를 받을 경우 시간상 해외 수주전 참여가 쉽지 않아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이 규모가 큰 사업에 쉽게 참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예타 항목 중 공공성 항목을 통폐합하고 수익성 항목 비중을 확대한다.
원전·친환경 사업 수주를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출범한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를 통해 국가별 원전 수주 전략을 수립하고, 체코 폴란드 등 주요 원전 발주국에 고위급 외교단을 파견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중동 아람코, 카타르에너지 등 주요 에너지·친환경 사업 발주처와 총 500억 달러 규모의 기본여신 약정을 체결할 계획이다. 향후 여신 수요가 생겼을 때 수출입은행의 금융 지원 규모가 늘어 사업 수주에 유리해진다.
두성규 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분간 국내 건설 경기 침체가 예상돼 해외 건설 수주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며 “공공이 외교나 금융 지원 등을 확대해야 민간이 활발히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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