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분양을 미루면 내년 3월까지 기다려야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분양을 진행하고 있어요.”
지난달 31일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시장과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금리 인상과 원자잿값 인상, 미분양 증가세 등으로 분양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는 지방에 분양 시점을 두고 회사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청약 성적이 얼마나 나올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여파로 전국적으로 주택 거래가 급감하고, 이른바 ‘로또판’으로 불리던 분양시장 열기가 급속도로 가라 앉으면서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전월보다 12% 증가했고,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도 7개월 사이 3배 급증하면서 청약시장에 빨간불이 커졌다. 특히 공사가 끝나고 나서도 분양되지 않은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3.6% 증가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3만1284가구로 전월 대비 12.1%(3374가구)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말 1509가구에서 지난달 4528가구로, 7개월 사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방 역시 같은 기간 1만6201가구에서 2만6755가구로 1만 가구 넘게 늘어났다.
또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7388가구로 전월보다 3.6% 증가했다. 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은 1017가구로 전월 대비 21.5%, 지방은 6371가구로 1.2% 늘었다. 수도권의 악성 미분양 증가세가 가팔랐다.
청약 경쟁률도 하락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1~8월)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10.41대 1로, 지난해 19.79대 1과 비교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1순위 경쟁률도 지난해 19.32대 1에서 올해 10.06대 1로 떨어졌다.
지난해 역대급 청약경쟁률을 보였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청약경쟁률도 ‘뚝’ 떨어졌다. 서울은 지난해 청약경쟁률이 164.13대 1로 세 자릿수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29.84대 1로 하락했다. 경기는 같은 기간 28.65대 1에서 8.58대 1로 떨어졌고, 인천은 20.26대 1에서 19.48대 1로 소폭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은 서둘러 분양에 나서거나, 내년 3월 이후로 분양을 연기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지난 7월부터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연말까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예상 등 불안 요소가 유효한 만큼 분양 시점을 두고 양분되고 있다. 또 특화설계를 적용하거나 중도금 대출 무이자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지방에 쌓여있는 미분양 물량이 적지 않고, 금리가 급격하게 올리면서 주택 매수 심리가 꺾이면서 완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연말까지 추가 금리가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서둘러 분양 일정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에서 밀린 중견 건설사 입장에서 분양 시점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며 “분양 후 계약해지를 원하면 위약금 없이 계약금을 전부 돌려주거나 중도금 대출 무이자 등을 대안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아파트 분양물량 전망은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의 8월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전달보다 22p(포인트) 떨어진 53.7를 기록했다. 서울은 전달 대비 17.8p 하락한 68.2, 경기는 17.8p 하락한 48.9, 인천은 30.9p 내려간 44.1로 나타났다. 기준선(100)보다 낮을수록 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업자가 많은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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