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실제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뒷걸음질쳤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원화 가치는 하락하면서 국민들의 지갑 사정이 악화된 것이다. 수출 둔화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내수마저 크게 위축될 경우 하반기(7~12월)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실질 GNI는 전 분기보다 1.3%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한은이 7월 발표한 속보치(―1.0%)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실질 GNI 감소 폭은 2020년 2분기(―2.0%) 이후 가장 크다. 실질 GNI는 전 국민이 일정기간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 이자, 배당 등 소득을 모두 합친 것으로, 국민들의 실제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GNI가 줄어든 건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환율이 상승해 수입물가 부담이 대폭 커졌기 때문이다. 교역조건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2분기 실질 무역손실은 전 분기보다 9조 원 늘어난 28조 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급여 및 이자수익 등을 뜻하는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도 전 분기보다 9000억 원 감소했다.
교역조건은 하반기에도 악화일로를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전날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최근 무역수지 적자 원인 및 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하반기에도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둔화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무역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중 갈등 등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예상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들의 체감 경기가 이미 악화된 상황에서 향후 내수마저 위축될 경우 하반기 경제가 역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7% 증가하는데 그쳤다. 민간 소비의 기여도가 1.3%포인트로 성장을 이끌었지만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0%포인트로 제자리걸음했다. 올해 1분기 성장을 지탱했던 순수출 기여도는 ―1.0%포인트로 오히려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한국 경제는 올해 1, 2분기 각각 0.6%, 0.7% 성장했지만 하반기 성장세는 소비와 수출이 함께 둔화하면서 크게 꺾일 전망이다. 당장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로 가계 호주머니 사정이 악화된 데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2개국(G2)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올해 하반기는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이 본격화 되면서 성장률이 상당폭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3, 4분기에 0.1~0.2%씩 성장하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6%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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