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K-디스플레이2022)에서 참관객들이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2022.8.10/뉴스1 ⓒ News1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5개월째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액도 2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등의 영향이다. 반도체 장비도 최대 수입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액도 절반이나 줄었다. 향후 세계 반도체시장 전망도 밝지 않아 대책이 요구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566억7000만달러, 수입은 661억5000만달러로 무역수지 적자가 94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5개월 연속 적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적자 규모만 따지면 무역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6년 이래 6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액이 2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107억8200만달러로, 전년 동월(116억9500만달러) 대비 7.8%(9억1300만달러) 감소했다. 16개월 연속 100억달러 달성이라는 기록은 이어갔지만, 26개월 만에 증가세는 꺾였다.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한 소비자 구매력 감소와 과잉재고 등에 따른 수요 약세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가격 하락도 한 요인이다. D램 고정가는 올 1분기 3.41달러에서 2분기 3.37달러로 가격이 내렸다. 여기에 3분기에는 2.88달러, 4분기에는 2.50달러까지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낸드 고정가도 지난해 2분기 4.56달러에서 지난달 기준 4.42달러까지 가격이 내렸다.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도 주춤했다. 지난 1~24일 대중 반도체 수출액은 35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4% 감소했다.
대(對)중 반도체 장비 수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줄었다. 중국은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 최대 수출국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오후 반도체 소재 국산화를 통해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 확보에 앞장서고 있는 경기도 화성시 동진쎄미켐 발안공장을 찾아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HS코드 848620)의 중국향 수출액은 모두 6억9485만달러를 기록했다. 반기 사상 최대 수출액을 기록한 지난해 1~6월 수출액인 14억4435만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은 지난해 하반기 8억1365달러를 기록하는 등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분기별 수출 금액도 하락세다. 2분기 수출금액은 2억9098만달러로 분기 수출액이 2억달러대를 기록하면서 2020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2억달러대로 추락했다.
이는 중국이 구매 규모를 줄였기 때문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지역 봉쇄와 물류 이동에 제약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중국 내 코로나19 사정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올해 중국 반도체 장비 구매액이 지난해 대비 1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모두 255억달러로, 대만과 우리나라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지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 수출을 견인 중인 반도체산업 주춤세에 정부는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산업부는 전날(31일) 밝힌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계획에서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계에 입지·인프라·세제 등을 적극 지원하고, 10년간 15만명의 전문인력 양성과 시스템반도체 선도 기술 확보를 지원하기로 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수요 발굴을 위해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글로벌 전시회 참가를 지원하고, 비즈니스 상담회 개최 등 현지 마케팅도 강화할 계획이다. 반도체 소부장 중소기업을 대상으로는 수출 신용보증을 확대하고 수출보험 우대 등 단기 무역금융 지원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창양 산업장관은 “정부는 최근 무역적자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어제 발표한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등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확대를 통해 무역수지가 개선될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하겠다”면서 “무역정책의 컨트롤 타워인 총리 주재 ‘무역투자전략회의’와, 수출기업 애로를 현장에서 해소하는 수출현장지원단 등 민관 합동 수출 총력지원체계를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사라은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지능형반도체공학과 학과장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반도체산업도 오르락 내리락 변동성이 크다”면서 “당장 시장상황이 좋지 않다에 의미를 두기보다 큰 줄기에서 봤을 때는 우상향 가능성이 큰 산업인 만큼 국가차원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정부지원이라는 것도 반도체 산업의 단편적인 부분에만 국한할 게 아니라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기술축적을 이뤄내는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칩4 동맹’ 참여에 따른 중국과의 관계 악화 우려에 대해서는 “반도체산업에서 볼 때 칩4 동맹 참여는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한다”면서도 “대신 우리 반도체산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중국과의 문제는 정부가 외교적인 방법으로 잘 풀어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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