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7% 오르며 3개월 만에 5%대 상승률로 주저앉았다. 물가 상승 폭이 5%대를 보인 건 지난 5월(5.4%) 이후 3개월 만이다.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 가격과 개인서비스 오름세가 지속되고 농축수산물 오름폭도 커지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다만 석유류 가격 상승세가 축소되면서 물가 상승세는 7개월 만에 둔화됐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62(2020=100)로 1년 전보다 5.7% 상승했다. 7월 물가상승률 6.3%보다는 0.6%포인트(p) 축소됐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3.2%),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 2월(3.7%)까지 5개월 연속 3%를 보이다가 3월(4.1%)과 4월(4.8%) 4%대에 이어 5월(5.4%) 5%대로 올라섰다. 6월(6.0%)과 7월(6.3%)에는 6%대까지 치솟더니 지난달 3개월 만에 5%대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소비자물가는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한다. 다만 단기적인 물가 추세를 알기 위해 전월(108.74)과 비교한 결과 0.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꺾인 건 2020년 11월(-0.1%)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이다.
품목별로 보면 상품과 서비스 물가가 각각 1년 전보다 각각 7.6%, 4.1%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 물가는 7.0% 올랐다. 채소류 가격이 27.9%나 급등하면서 농산물 물가가 10.4% 껑충 뛰었다. 채소류 가격은 2020년 9월(31.8%) 이후 1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배추가 78.0% 올랐으며 호박도 83.2% 상승했다. 오이(69.2%), 파(48.9%), 포도(22.0%) 등 가격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예년보다 기온이 높은 데다가 폭우까지 겹치면서 채소류 작황이 부진했던 영향이다. 농산물 가격은 전체 물가의 0.47%포인트(p) 기여했다.
축산물 가격은 전년보다 3.7% 올랐다. 다만 정부의 수입 축산물 할당관세 적용 등의 정책으로 전월보다는 1.6% 내려갔다. 수입 소고기(19.9%), 돼지고기(3.8%) 등은 올랐으나 달걀(-10.0%)은 하락했다. 수산물 가격은 3.2% 상승했다.
공업제품은 1년 전보다 7.0% 상승했다. 경유(30.4%), 휘발유(8.5%), 등유(73.4%) 등 석유류 가격이 19.7% 올랐으나 최근 국제유가 오름세가 주춤하면서 전월보다는 10.0% 급락했다. 전월과 비교했을 때 석유류 가격 하락 폭은 1998년 3월(-15.1%) 이후 24년 5개월 만에 가장 컸다. 빵(15.0%) 등 가공식품 물가는 8.4% 오름폭을 기록했다.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전년보다 15.7% 상승했다. 전기료(18.2%), 도시가스(18.4%), 지역 난방비(12.5%), 상수도료(3.5%) 등이 모두 오르면서다. 이는 2010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7월과 같은 수준이다.
서비스 물가 중 공공서비스 물가는 0.8% 상승에 그쳤다. 반면 개인서비스 물가는 6.1% 오르며 1998년 4월(6.6%) 이후 24년 4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특히 생선회(9.8%), 치킨(11.4%) 등 외식 물가는 8.8% 오르며 1992년 10월(8.8%) 이후 29년 10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외식 외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4.2%를 기록했다.
집세는 전세(2.6%)와 월세(0.9%)가 모두 오르면서 1.8% 상승했다. 다만 자가주거포함지수는 집값 하락으로 인해 전월보다는 0.1% 내려갔다. 자가주거포함지수는 자신의 소유 주택을 주거 목적으로 사용해 얻는 서비스에 대해 지불한 비용을 포함해 작성하는 지표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6.8% 상승했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14.9% 상승했다. 지난해 3월(15.2%)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4.4%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보다 4.0% 상승했다. 2009년 2월(4.0%)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석유류와 축산물 등은 제외됐지만, 외식 품목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오름폭이 커졌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해 4분기 높은 물가에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7월(6.3%) 물가가 정점으로 볼 수 있는 요인이 있다”면서 “국제유가 감산 가능성, 다음 달 추석에 따른 수요 측 물가 상승,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양상 등 불안 요인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9월 물가와 관련해서는 “대외요인이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 다음 달 지표는 추석을 맞아 수요 측면 물가 상승 요인이 있겠지만, 지난해 9월(2.4%) 높은 물가의 역기저 효과가 작용하면 오름세는 크게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는 “8월 소비자물가 하락은 석유류 가격이 하락한 데 주로 기인하며 이는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유류세 인하 등의 노력이 결부된 결과”라며 “명절 성수기 수요 증가,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등 물가 불안 요인이 잠재된 만큼 정부는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모든 정책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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