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달러당 1360원 선도 돌파했다. 글로벌 강달러에 엔화 환율도 140엔을 넘어서며 2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7.7원 상승한 1362.6원에 마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4월 1일(1379.5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환율은 이날 장중 한때 1363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최근 달러화 강세는 지난달 26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경제정책 심포지엄인 잭슨홀 회의에서 강경한 통화 긴축 정책을 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3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 고위 인사들도 연이어 내년에 4%대 이상의 높은 금리 수준을 예상하면서 “사실상 내년 금리 인하는 없다”는 시장 컨센서스가 생겼다.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도 안전자산인 달러화 강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내 요인으로는 수출 둔화로 올 들어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치로 치솟고 외국인이 증시에서 이틀 연속 이탈(순매도)한 것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코스피는 외국인의 매도세로 전날 2%대 급락한 데 이어 이날 또다시 0.26% 하락했다. 환율이 이처럼 계속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하반기 국내 물가는 더 불안해질 수 있다. 이날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7%로 전달(6.3%)에 비해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슈퍼달러’ 현상이 지속되면서 엔화 가치가 2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40.17엔에 거래됐다. 달러-엔 환율은 올해 연초 대비 18% 상승하면서 1979년(19%) 이후 4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우에노 다이사쿠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 환율전략가는 닛케이에 “연내 144엔까지 환율이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파운드화도 하락세다. 1일 런던 외환시장에서 파운드화도 전장 대비 5% 하락해 달러당 0.87파운드로 마쳤다. 이미 ‘1달러=1유로’로 패리티(등가 환율)를 이룬 유로화에 이어 ‘1달러=1파운드’ 시대가 가까워졌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1일 109.69로 집계되며 20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선진국과 신흥국 화폐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 달러현물지수도 이날 0.9% 올라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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