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공요금 인상이 또다시 압박받는 모양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달러 환율까지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면서, 고물가 행진 속 공공요금 인상으로 서민들의 어려움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4일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10월 이후 도시가스 요금을 올리기로 하고 인상 폭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올해 가스요금의 정산단가를 세 차례 올리기로 지난해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이미 예정되어 있던 10월 정산단가가 인상될 전망이지만, 정부는 여기에다 원료비에 연동되는 기준원료비도 함께 올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가스 요금은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단가인 ‘원료비’(기준원료비+정산단가)와 도소매 공급업자의 공급 비용 및 투자보수를 더한 ‘도소매 공급비’로 구성된다.
정부가 계획과는 달리 기준원료비까지 인상하려는 것은 당초 예고한 정산단가만으로는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 환수가 쉽지 않아서다. 지난해에만 해도 정부는 세 차례에 걸친 정산단가 인상으로 가스공사의 미수금 환수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누적 미수금은 올해 더 불어났다. 올해 상반기 가스공사 미수금은 5조1087억원이다.
최근 국제 천연가스 현물가격은 고공행진을 잇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연합(EU)의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하면서다. 실제 우리나라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시세를 보여주는 동북아 액화천연가스(LNG) 현물시세(JKM)는 25일 기준 69.955달러로, 지난해 8월(10달러 초반)보다 6배 이상이 올랐다.
이와 함께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세도 가스요금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 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인 1일 종가보다 7.7원 오른 달러당 1362.6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360원을 돌파한 것은 2009년 4월1일(1379.5원) 13년4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뛰는 환율 때문에 에너지 수입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원유·가스·석탄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은 전년비 91.8% 증가한 185억2000달러를 기록했고, 에너지·중간재 등의 가격 증가 영향으로 지난달 우리 무역수지는 94억7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의 적자 기록을 썼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쌓인 미수금 문제는 언젠가는 결국 해결을 해야 되는 부분이다. 마냥 묵혀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가면 갈수록 적자폭이 커지니 인상의 필요성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환율마저 상향점에 머물러 있다 보니 이런 것들이 모두 연동되면 결국은 또 (미수금에) 영향이 미치게 되고 도돌이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가스요금 인상 압박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 가운데 내달에는 전기요금 인상마저 예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4월과 10월 전기요금 기준연료비를 kWh당 4.9원씩 올린다고 지난해 밝힌 바 있다. 전기요금도 한국전력의 역대 최악의 적자 상황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요금인상 압박을 받고 있어 기준연료비 인상 외에 추가적인 인상도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의 키를 쥔 정부는 요금인상과 물가안정 딜레마에서 고심을 거듭하는 중이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고물가 상황 속 필수요금마저 오르게 된다면 서민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물가당국으로서는 환율인상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과 중국발 공급망 불안 등 대외 변수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장기간 고물가가 유지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고물가 상황 등 다각도로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요금 인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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