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기준금리 인상에 시장금리가 뛰고 있지만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 금리를 낮추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도 있지만 지난달부터 은행별 예대금리 차(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이)가 공시된 영향이 크다.
서민이나 중·저신용자 대출을 많이 취급할수록 예대금리 차 통계가 불리해지는 문제를 막기 위해 서민금융 상품을 뺀 예대금리 차도 이르면 다음 달부터 공시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5일부터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3%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지난달 24일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열흘 만에 추가 인하에 나선 것이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카카오뱅크 등도 지난달 말 주택담보대출, 전·월세대출 등의 금리를 0.2∼0.5%포인트 내렸다.
이는 은행들의 ‘이자 장사’ 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 예대금리 차가 공개되면서 대출 금리 인하 압박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2일 처음 공시가 시작된 데 이어 앞으로 매달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모든 은행의 예대금리 차가 공개된다.
올 들어 이어진 가계대출 감소세로 은행들이 금리를 낮출 유인도 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고 가계대출 영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있다”며 “예대금리 차 공시로 은행 간 금리 경쟁도 치열해졌다”고 했다.
한편 시중은행과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2일 비공개 회의를 열고 예대금리 차 공시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햇살론’ 금리가 예대금리 차 산정에 포함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놨다. 햇살론은 소득이나 신용도가 낮아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연 15.9%의 금리로 대출해주는 정책 상품이다.
현행 예대금리 차 공시에는 햇살론이 포함돼 있어 햇살론을 많이 취급한 은행일수록 예대금리 차가 컸다. 은행들이 예대금리 차를 낮추기 위해 햇살론 등 정책 상품을 꺼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과 금융당국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햇살론을 뺀 예대금리 차를 함께 공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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