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위기, 2024년 이후에도 지속” 전문가 29명중 17명 진단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6일 03시 00분


상의, 학계-산업계 30명 설문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이 반도체 산업의 현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10년 내 최대 위기라는 진단이 상당수였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반도체 산업 위기가 2024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5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 학계와 산업계의 반도체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 경기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대학교 반도체 관련 학과 교수 19명, 산업·과학계 연구원 8명, 반도체 산업 애널리스트 3명이 설문에 응했다.


전문가 30명 중 23명(76.7%)은 현재 국내 반도체 산업이 처한 상황을 ‘위기 국면’으로 진단했다. 이 중 56.7%는 위기 상황 초입, 20%는 위기 상황 한복판이라고 진단했다. ‘위기 상황 아님’이라는 답변은 1명(3.3%)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특히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해 최근 10년간 반도체 산업이 위기를 겪었던 2016년(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입), 2019년(미중 무역분쟁) 당시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봤다. 30명의 전문가 중 13명(43.4%)이 이런 견해에 동의했다.


반도체 위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응답 전문가 29명 중 17명(58.6%)이 내후년 이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비관론’이 복합적 요인에서 나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 감소(부정적 영향 80%) △중국의 코로나19 봉쇄(66.7%)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63.3%) 등을 단기적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반도체 수출은 최근 수요 감소와 재고 과잉, 중국 수출 감소 등 영향에 지난달 26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7.8%)로 전환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7∼9월) 낸드플래시 가격은 수요 감소 등으로 2분기(4∼6월)보다 13∼18%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업체가 한 달 전 3분기에 8∼13%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것보다 하락 폭이 더 커졌다.

미중 패권 다툼이 격화되는 것도 한국엔 악영향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반도체 투자 전략을 근본적 차원에서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중국 내 반도체 투자 등이 제한되면 중국 진출 한국 반도체 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 등이 반도체 분야 협력을 강화한다는 ‘칩4 논의’에 대해서도 46.7%가 국내 반도체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36.6%였다. 중국 반발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 추격은 거세지고 있다. 최근 애플은 새로 나올 아이폰14 등 모델에 중국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YMTC의 낸드플래시를 신규 탑재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YMTC가 애플에 공급 예정인 낸드플래시 부문의 한중 기술 격차는 1∼2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올해 상반기까지 30%% 안팎에 이르렀던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중국의 약진이 지속될 경우 1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7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기업들과의 가격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과거 반도체 산업 위기는 주로 일시적인 대외환경 악화와 ‘반도체 사이클’ 영향이 주요한 원인이었다”며 “이번 위기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강대국 간 공급망 경쟁과 중국의 기술 추격 우려가 더해져 업계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우려했다.

#반도체 위기#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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