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체 기술을 갖는다는 것은 극저온(영하 185도)과 초고온(3300도)을 오가는 환경과 강한 진동 속에서도 수십만 개 부품이 0.01초의 단위로 정교하게 작동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최근 누리호 발사에 성공해 세계 7번째로 대형 우주 발사체 기술을 확보했고 앞으로 우주 방사선과 극한의 온도 변화가 있는 최악의 심우주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인류의 도전에 동참할 수 있게 되었다.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게임체인저가 될 양자기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양자컴퓨터, 양자 암호통신, 양자센서 등 양자기술은 고진공과 절대온도에 가까운 영하 270도의 극저온에서 작동하는 초고속 소자 개발 등 극한연구가 필수적이다.
극한연구는 이처럼 우주, 양자, 핵융합과 같은 여러 첨단기술의 기반이 되어왔고 앞으로도 첨단산업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세계 각국은 극한 소재 개발 등 극한 기술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극한연구에 앞다퉈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첫째, 극한연구의 성과들은 우주항공, 국방 등에 쓰이는 전략품목이 되기 때문이다. 전략품목은 국가 간 기술 이전이 매우 어렵다. 기술안보 차원에서 독자 기술을 확보하고 우리의 기술역량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둘째, 극한연구는 신산업 창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극한연구가 신산업을 창출하는 기회가 된 사례로 일본에서 초정밀밸브를 제조하는 회사인 ‘후지킨’을 들 수 있다. 원래 배관자재를 유통하던 회사였는데 1978년 극저온과 초고압을 견딜 수 있는 우주 발사체용 엔진밸브 개발에 성공하였다. 이후 이러한 밸브기술을 반도체 산업에도 적용하면서 후지킨사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극한연구 분야 중 극한소재기술은 특히 관련 산업의 부가가치를 결정하는 핵심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극한연구와 극한소재가 기술안보와 미래산업에 가지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8월 ‘극한소재실증연구 기반조성’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나아가 올 하반기 우주, 수소, 원자력 등 국가전략기술을 뒷받침하는 소재를 발굴하고 관련 기술개발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극한 연구 지원를 통해 향후 우리의 기술역량과 관련 산업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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