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7월 경상수지가 3개월 연속 흑자를 나타냈지만 흑자 규모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출 부진으로 상품수지는 10년 3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달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낸 탓에 8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는 10억9000만 달러(약 1조5000억 원) 흑자로 잠정 집계됐다. 흑자 규모가 1년 전에 비해 66억2000만 달러 줄었는데 2011년 5월(79억 달러 감소)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감소 폭이 컸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상품 수출과 수입의 차액)는 1년 전보다 67억3000만 달러 줄면서 11억8000만 달러 적자로 전환했다. 상품수지가 적자를 낸 건 2012년 4월(3억3000만 달러 적자) 이후 처음이다. 임인혁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상품수지가 적자를 보인 건 대부분이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단가 상승에 따른 것”이라며 “중국의 경기 둔화 등에 따른 수출물량 축소도 일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수출은 1년 전보다 37억9000만 달러(6.9%) 늘어난 590억5000만 달러로 21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증가율은 6월(9.1%)부터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대(對)중국 수출이 부진한 영향이다.
반면 수입은 602억3000만 달러로 105억2000만 달러(21.2%) 급증했는데 증가율이 수출의 세 배에 달했다. 특히 원자재 수입 가운데 석탄(110.0%), 원유(99.3%), 가스(58.9%) 등이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한은은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94억7000만 달러)를 낸 8월 경상수지도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영환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8월에 이례적으로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컸던 만큼 상품수지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본원소득수지나 서비스수지를 봐야겠지만 현재로선 경상수지 적자 전환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경상수지는 2020년 5월 이후 올해 3월까지 23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하다가 4월 상품수지 악화에 해외 배당이 겹치면서 적자를 냈다. 이후 석 달째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은의 전망대로라면 8월 다시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상품수지 역시 2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2012년 4월 이후 10년 4개월 만에 상품수지와 경상수지 동시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
경상수지는 일정기간 외국과 상품, 서비스, 임금, 배당소득 등을 거래해 발생한 차액을 말한다. 경상수지에 포함되는 상품수지는 상품의 소유권 이전을 기준으로 수출입을 처리하지만 무역수지는 관세청이 매월 발표하는 통관기준 수출입을 계상한다. 상품수지와 무역수지 모두 상품의 수출과 수입의 차액을 의미하지만 일부 상품은 통관 시기와 소유권 이전 시기가 다르고, 수출입 인도조건 등 가격 평가기준이 수지별로 달라 차이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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