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1라인 사업장에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이 내부 장비들을 둘러보고 있다. 천장에는 웨이퍼를 옮기는 이송장치(OHT)가 천장 레일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7일 오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1라인 내부. D램과 낸드플래시 제품을 생산하는 이곳 사업장 3층으로 올라가자 반대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통로가 끝없이 이어졌다. 1라인의 사업장 세로 길이는 약 520m. 잠실 롯데타워를 눕혔을 때와 비슷한 길이다. 공장 천장을 올려다보자 네모난 로봇처럼 생긴 반도체 웨이퍼이송장치(OHT)가 보였다. 반도체 핵심 재료인 웨이퍼를 24장씩 담은 운송용기(FOUP)를 싣고 천장 레일을 따라 요리조리 자동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은 올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첫 일정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반도체 생산 라인을 직접 둘러본 장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헬기에서 평택캠퍼스를 발견한 뒤 “저걸 미국에 지었어야 했는데”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평택캠퍼스 부지는 289만 m² 규모로 축구장 400개를 합친 넓이다. 메모리(D램, 낸드플래시)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설을 모두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심장부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삼성전자는 6월 말 세계 최초로 GAA 기술을 적용한 3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파운드리 제품을 이곳에서 출하했다.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공정으로 양산한 업체는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가 최초다.
현재 3라인에는 낸드플래시 양산 시설을 구축해 웨이퍼 투입을 시작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3라인을 가동해 2002년부터 지켜온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3라인에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기반의 D램과 5nm 이하의 파운드리 공정 등 첨단 생산시설까지 들어설 계획이다.
○ “업황 업&다운 상관없이 꾸준하게 투자할 것”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평택캠퍼스에는 기대감과 함께 위기감도 감돌았다.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을 두고 미중 패권 다툼이 심화되고, 경기 침체 우려에 반도체 수요도 덩달아 악화되고 있어서다. 최근 중국 반도체 기업 YMTC가 애플 아이폰14에 낸드플래시를 신규 공급하기로 한 것처럼 한중 반도체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경계현 반도체(DS) 부문장(사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 반도체 업황과 무관한, 꾸준한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경 부문장은 “그동안 호황기에 투자를 많이 하고 불황기에 투자를 적게 하는 삼성의 투자 패턴이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며 “(업황의) 업&다운에 의존하는 투자보다 꾸준한 투자가 맞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경 부문장은 치열해지는 파운드리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호텔 사업’에 비유하기도 했다. 현재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애플을 3나노 공정 파운드리의 첫 고객으로 확보했고, 2025년 2나노 공정 양산 목표까지 밝혔다. 미국 인텔도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에 뛰어들기로 선언하며 글로벌 경쟁이 불붙고 있다.
경 부문장은 “호텔 사업은 먼저 건물을 짓고 손님을 유치하듯 파운드리 사업도 캐파(생산능력)를 먼저 확보하고 고객을 유치해 장기 파트너십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면서 “우리(삼성전자)는 이런 부분(장기 파트너십 등)에서 부족했고, 큰 고객을 확보하려면 큰 호텔을 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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