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퓨처스]NASA 홍보대사 폴 윤 교수
“정체 규명 안된 암흑물질 탐구… 과학만의 영역 넘어 철학-예술로
달탐사 아르테미스에 스누피 인형… 미래 세대와 연결고리 만들어 내
NASA, 10년 할일 미리 정해 준비… 요즘은 외계 생명체 찾고 있어”
《인공지능, 우주경제, 융합연구, 기술창업, 신소재…. 동아일보는 ‘더 퓨처스(The Futures)’를 통해 다음 세대를 위해 미래를 여는 인물과 현장을 소개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태양계 시스템 홍보대사.’
폴 윤 미국 엘카미노 칼리지 수학과 교수(52)의 NASA ID카드에 쓰인 문구다. NASA의 홍보대사는 약 1000명. 2012년부터 이 역할을 맡고 있는 그를 5일 서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교수 안식년을 맞아 지난달부터 올해 말까지 한국에 머무는 그의 스케줄러는 각종 강연 활동으로 빼곡 차 있었다. 정부 부처와 연구기관, 스타트업, 대학과 박물관…. ‘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격인 SAT와 GRE 수학문제 출제위원을 10년간 지내고 현재는 하버드대 입학사정관이기도 한 그는 ‘미래 인재’를 찾아내고 길러내는 전문가다. 한국 정부는 ‘신(新) 과학영재 발굴 육성 종합계획’에 대한 조언을 그에게 구하고 있다.
○ “NASA는 인문학자와 예술가를 원한다”
―어떤 계기로 NASA 홍보대사가 됐나.
“고등학생 때 온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했다. 많이 배우지 못하고 가난했던 부모님을 미국의 친척이 초청했다. 나는 ‘한국판 톰 소여’였다. 의정부 시냇가에서 물고기 잡고 썰매 만들며 놀았다. 어릴 땐 수학을 못했지만 나중에 흥미를 붙이니 수학과 교수가 됐다. 어느 날, 우주 탐사를 동경했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 무보수 자원봉사인 NASA 홍보대사에 지원했다.”
―NASA와 수학의 연관성은….
“수학은 우주 탐사의 ‘악보’다. 우주는 가장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음악일 것이다.”
―NASA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인문학자, 심리학자, 예술가를 갈수록 원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정체가 규명되지 않은 암흑물질에 대해 철학자들은 합당한 논리를 따져볼 수 있다.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이 촬영한 데이터를 사진으로 만들 때에는 예술가의 ‘손길’이 필수적이다. 우주는 과학자만의 영역이 아니다.”
○ 스누피, 토이스토리, 마션… NASA의 스토리텔링
―NASA는 우주복 입은 스누피 인형(사진)을 제작해 미국의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 계획의 우주선에 태워 보내려 한다. 왜 그렇게 하는 건가.
“NASA의 홍보 전략은 대중과 소통하는 것, 특히 미래 세대와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2012년에는 우주인 우주복을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의 주인공 버즈라이트이어의 우주복과 매우 유사하게 제작했다. 버즈라이트이어의 모델이 아폴로 11호의 조종사였던 버즈 올드린(92)이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매년 5월 4일을 ‘스타워즈의 날’로 기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타워즈의 명대사 ‘포스가 함께하길(May the Force be with you)’과 발음이 비슷한 5월 4일(May the Fourth)은 미래 세대의 꿈을 키운다.”
―SF 영화 ‘마션’의 원작자인 앤디 위어와 기념 촬영한 걸 봤다. NASA가 이 영화 제작에 관여했나.
“NASA가 아낌없이 기술적 지원을 했다. 미래를 상상하는 데에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NASA는 화성 탐사로버의 명칭도 대국민 콘테스트로 정한다. 지난해 화성에 착륙한 ‘퍼시비어런스’는 중학생이 이름 붙인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화성에 가겠다는 불굴의 인내를 나를 비롯한 심사위원들이 높게 평가했다.”
○ “과일나무를 심었으면 열매 맺기를 기다려야”
―우주경제는 어느 정도 실감나는 미래인가.
“미국에서 강연할 때엔 늘 놀란다.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우주에서 어떻게 건강관리를 하느냐’다. 평범한 미국인들조차 우주에 가서 사는 걸 상정하고 있다.”
―NASA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는가.
“앞으로 10년 동안 할 일을 정해 준비한다. 요즘에는 우주의 심해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고 있다. 우주 탐사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와 협업해 온 문홍규 박사(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는 “윤 교수는 금쪽같은 안식년에 한국에 왔다. 다음 세대에게 더 밝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서다. 선한 생각을 몸소 실천하는 그 모습은 늘 감동을 준다”고 했다. 그래서 윤 교수는 어떤 미래를 열고 싶은 걸까.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미 프린스턴대 교수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갇힌 교육 체계를 힘들어했다.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오랫동안 생각해 역사적 난제를 풀었다. 과일나무를 심었으면 열매를 맺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조급하게 다그쳐 미래 세대의 열정을 사그라뜨리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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