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값 상승, 겨울 물가자극 우려… 정부 대책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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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가스공급 중단, 유가상승 압력
가스 수급불안에 연초 2배로 급등… 대체 수요 원유 값 밀어올릴 수도
가스 도입시기-물량 조정명령 검토… 한은 “5~6%대 고물가 6개월 갈듯”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데다 겨울철을 앞두고 각국의 물량 확보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가스 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천연가스 공급 부족 여파로 유가 상승 압력까지 커지면서 국내 물가는 내년 1분기(1∼3월)까지 5% 넘는 상승률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 가스 선물가격 1월보다 2배 넘게 급등
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10월물 액화천연가스(LNG) JKM(JAPAN KOREA MARKER) 선물 가격은 MMBtu(열량 단위)당 54.69달러였다. 이는 올해 1월 말(24.71달러)보다 2배 이상으로 오른 수준이다. 한 달 전과 비교해도 10달러 이상 올랐다. JKM 현물 가격 역시 5일 62.8달러까지 상승해 올 초보다 100% 넘게 뛰었다. JKM 가격은 한국과 일본이 쓰는 LNG 국제 시세다.

가스 가격은 러시아가 프랑스에 이어 독일에도 천연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하면서 큰 폭으로 뛰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은 1일 프랑스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한 데 이어 3일에는 독일을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가스 값 급등으로 가스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정부는 필요하면 민간 가스 수입업체에 조정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유법민 산업통상자원부 자원산업정책국장은 7일 ‘천연가스 수급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수급 위기 발생 등 필요시에는 수출입 규모 및 시기 등에 대한 조정 명령을 통해 국내 수급 안정화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정부가 조정 명령을 내린 적은 없다.
○ “내년 하반기 돼야 물가 상승률 3%대로”

문제는 가스 가격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난방용 가스 사용이 많아지는 겨울철을 앞두고 유럽과 아시아 각국이 가스 물량 확보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에 천연가스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원유에 대한 대체 수요가 늘어나 국제유가까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가스, 원유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은 결국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이 이날 내놓은 ‘고(高)인플레이션 지속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5.71%였는데, 이 가운데 에너지 품목이 밀어올린 물가는 1.37%포인트를 차지했다. 6월과 7월에는 전체 물가 상승 폭의 약 3분의 1이 에너지 품목 상승에 따른 효과였다.

한은은 겨울철 원유 가격이 상승해 원자재 값이 오르면 5, 6%대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하반기(7∼12월) 6% 내외 수준을 보이다가 내년 1분기까지 5%를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나타내고 내년 하반기에 들어서야 3%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보고서는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은 중앙은행의 금리 조정 폭과 속도 등 정책 대응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며 “미국이 1970년대와 1980년대 세 차례에 걸쳐 경험한 높은 인플레이션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미흡한 물가 대응에 기인했다”고 지적했다.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물가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가스값#물가#가스공급#유가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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