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의 ‘달러화 나 홀로 강세’ 현상에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마저 돌파하며 1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우려에 코스피도 1% 넘게 급락하며 2,400 선을 내줬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5000억 원 안팎의 국내 주식을 내다팔면서 주가 하락과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5원 오른(원화 가치는 내린) 1384.2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30일(1391.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날 환율은 장중 한때 1388원을 넘기면서 1390원 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환율은 지난달 12일 이후 한 달도 안 돼 80원 넘게 오르는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코스피도 외국인과 기관의 대량 매도세로 전 거래일보다 33.56포인트(1.39%) 내린 2,376.46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1.45% 내렸다. 글로벌 강달러 현상에 일본 엔화 가치도 빠르게 하락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 중 144.02엔을 기록해 24년 만에 달러당 144엔을 넘어섰다.
당국 “필요시 조치” 구두개입도 환율 상승 못 막아
환율, 1380원도 뚫려 美금리인상-무역적자 확대 등 원인 전문가 “하반기 갈수록 더 오를 것”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전 장이 열리자마자 1380원 선을 가뿐히 돌파하며 급등하기 시작했다. 환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정부는 이날 다양한 채널로 구두 개입에 나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외환시장에 쏠림 현상이 있는지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적절한 시장 안정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도 이날 오후 열린 긴급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최근 원화의 약세 속도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해 빠른 측면이 있다”고 경고했다. 당국의 개입이 있을 때마다 환율은 오후에 오르내림을 반복했지만 전반적인 상승 추세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조만간 1400원 선을 돌파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한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경제 펀더멘털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글로벌 경기 악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강해질 것”이라며 “연말로 가면 일시적으로 1400원은 물론이고 1500원까지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환율 급등의 배경에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행진과 이에 따른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 무역적자 확대 등 국내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으로 달러화 강세가 심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주식 매도세가 커지면서 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의 매도세는 국내 증시에만 한정되지 않으며 외국인 보유 비중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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