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우리 수출은 566억7000만달러, 수입은 661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94억7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2022.9.2/뉴스1 ⓒ News1
수출 경제를 근간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 무역이 5개월 연속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당분간 이 같은 적자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 무역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원인은 글로벌 에너지가격 상승이다. 정부는 에너지 공급망에서 비롯된 무역 위기 타개를 위해 기존 원자력발전을 활용한 자체 에너지 공급을 늘리고, 수입효율화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정책대안을 추진 중이다.
◇‘에너지 수입가 상승’에 5개월 연속 무역적자…한은 “당분간 적자추세 지속”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전경 (자료사진) 2022.4.20/뉴스1 ⓒ News1우리나라 무역이 지난 4월 이후 5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적자 행진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4월 ?25억달러, 5월 ?16억달러, 6월 ?25억달러, 7월-48억달러, 8월 ?95억달러로 5개월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글로벌 에너지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액 증가가 주된 원인이다. 수입액이 수출액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6월부터지만, 견고한 수출 증가세가 수입액 증가분을 상쇄하며 월별 무역수지는 적자가 시작되기 전인 3월까지도 연쇄 적자를 기록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이후 에너지·중간재 수입이 급증하고, 상대적으로 둔화세를 보이던 수출액 규모를 추월하면서 4월부터 본격적인 적자로 돌아섰다.
월별 수입실적을 보면 3월 이후 6개월 연속 수입액은 600억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4월 603억달러, 5월 632억달러, 6월 602억달러, 7월 653억달러, 8월에는 661억달러까지 치솟았다.
반면 같은 기간 월별 수출액은 4월 579억달러, 5월 616억달러, 6월 577억달러, 7월 606억달러, 8월 567억달러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둔화의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수출은 둔화하고, 수입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은은 지난 6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최근 무역수지 적자 원인 및 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경상수지의 경우는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무통관수출 증가, 본원소득수지 흑자 등으로 연간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당분간 월별로는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며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투자여건 개선 및 혁신생태계 조성을 통해 국내 기반 제조업의 수출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에너지發’ 무역적자 타개책은…원전 적극 활용?수요 효율화
지난 6월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공청회에서 방청객이 정부 정책 자료집을 보고 있다. 2022.6.21/뉴스1 ⓒ News1 에너지·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대안은 에너지정책 전반에 대한 체질개선에 맞춰졌다.
원전 활용을 통해 자체 에너지 공급을 늘리고, 중국에 대한 원자재 의존도를 줄여나가기 위한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에너지전환을 목표로 한다.
정부의 이 같은 구상은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 드러난다.
정부는 현재 27.4%(2021년 기준)인 원전발전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30%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신한울 3·4호기는 환경영향평가를 즉시 개시해 오는 2024년에는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기존 원전들도 ‘계속운전’에 필요한 절차를 신속히 추진해 나간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초안에는 이 같은 구상이 보다 구체화했다. 전기본은 국가 전력 운용의 기본 방향과 장기 전망·전력설비 시설 계획·전력수요관리 등이 포함된 우리나라의 종합적인 전력 정책으로 2년 단위로 수립·시행된다.
지난 달 전기본 자문기구인 총괄분과위원회가 공개한 초안을 보면 오는 2036년까지 기존 원전 12기(10.5GW)의 계속운전과, 준공 예정 원전 6기(8.4GW)를 운용한다. 계속운전 시행 전 가동정지 기간도 최소 6개월에서 최대 40개월로 차등 반영한다. 2025년까지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를, 2032~2033년에 신한울 3·4호기도 정상가동한다는 계획이다.
가격이 치솟은 LNG 및 석유를 타 연료로 대체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LPG를 혼합한 LNG 공급을 확대하고, 산업체 및 발전용 LNG 연료 대체를 추진한다. LPG 혼합 LNG는 혼합 비율을 열효율과 안정성 관리 부분까지 가능한 부분까지 확대해 동절기 LNG 수입액을 8억8000만달러 감소하는 게 목표다.
산업용 연료도 도시가스에서 LPG로 전환하도록 해 수입금액을 4억9000만달러 줄인다는 계획이다. 바이오디젤 등 기존 석유대체연료 사용 확대와 바이오선박유 등 대체연료 상용화 기반도 마련한다.
산업·건물·수송 3대 분야 에너지 수요효율화도 추진한다.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업 30개를 대상으로 효율 혁신 협약을 맺고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공급자가 에너지고효율 기기 보급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한다는 구상이다.
에너지·원자재 수입에 있어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도 발 빠르게 진행 중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무역수지 적자원인 및 향후 전망’ 연구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원인의 하나로, 대중 수출액보다 더 크게 늘어난 중간재 수입을 꼽기도 했다.
실제 중국 경기 침체로 대중 수출은 4개월째 적자를 보고 있는데, 수입은 중간재(2022년 1~6월간, 22.7%증가)를 중심으로 1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주무부처인 산업부를 중심으로 주요국 고위급과의 만남을 통한 공급망 협력 강화 구축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6일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주미대사를 만나 IRA(미 인플레법)관련 우려를 전달하면서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을 강조했고, 산업부 정대진 통상차관보는 주한네덜란드 대사와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호주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에 대해 논의하는 등 주요국과의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정태용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작금의 에너지 상황은 심각한 에너지 안보의 문제”라며 “에너지·자원 및 경제안보 문제는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국가적 과제로 격상하고, 이에 걸맞은 정부 조직 개편과 민간부문까지 포함해 우리 역량을 총동원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달 31일 무역수지 적자 타개를 위한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무역보증을 최대 351조원 규모까지 늘리는 등 금융지원 확대 등을 통한 수출경쟁력 강화를 뼈대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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