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공격적 투자한 배달앱 돌연 ‘매각 결정’ 이유는

  • 뉴시스
  • 입력 2022년 9월 13일 18시 13분


쿠팡이 음식 배달앱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접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공격적인 투자로 ‘쿠팡이츠’ 점유율 확보에 매진했던 쿠팡이 돌연 사업 매각으로 전략을 선회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올해 상반기 배달앱 ‘쿠팡이츠’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원매자 물색에 나섰다. 현재까지 롯데·신세계 등 국내 유통 대기업 다수에 투자제안서를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지난해 배달앱 2위 ‘요기요’의 전략적투자자(SI)로 나선 GS리테일에도 매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조만간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쿠팡이츠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단건배달’을 도입해 배달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후발 주자로 시장에 진입했지만 경쟁사보다 빠른 배달을 경쟁력으로 내세워 서울 지역에서 점유율을 높여 업계 2위 요기요를 바짝 추격했다. 단건 배달에서 가장 중요한 ‘배달 라이더’ 도 파격적인 수당 프로모션을 펼치면서 신속하게 확보했다.

하지만 문제는 점유율이 늘어날수록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점이었다. 고객 유치를 위해 배달비 무료 등 쿠폰 공세를 펼치고, 라이더에게 파격적인 수당을 지급하다보니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가 됐다.

그동안 쿠팡은 ‘계획된 적자’를 슬로건으로 적자 확대에도 막대한 투자를 강행해 왔으나, 상장 이후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3월 미국 증시 상장 후 70달러에 육박했던 주가가 10달러 까지 주저 앉자 투자자들은 1조8000억원이 넘는 쿠팡의 연간 적자가 주가 하락을 이끈다고 지적했다.

주가 회복이 여의치 않자, ‘계획된 적자’를 고집했던 쿠팡 경영진도 사업 전략 수정에 나섰다. 성장률보다는 흑자 전환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이 때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한 배달앱 사업을 두고 경영진들의 부정적인 의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엔데믹 전환과 함께 쿠팡이츠의 성장률이 크게 꺾이자, 최고 경영진들은 결국 배달앱 사업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비용 통제에 나선 쿠팡은 쿠팡이츠의 지난 2년 간 진행했던 배달 프로모션과 수수료 프로모션을 중단했다. 엔데믹으로 배달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프로모션까지 중단되자, 이용자들은 빠르게 이탈했다.

쿠팡이츠의 월간이용자수(MAU)는 1월 660만명에서 지난달 437만명으로 30% 이상 줄었다. 요기요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던 점유율도 크게 떨어졌다. 현재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17.5%이며,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각각 57.7%, 24.7%를 기록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앱 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쿠팡이 엄청난 비용 투자로 점유율을 단기간 내 끌어올리는 데엔 성공했지만, 각종 프로모션을 중단하자 곧바로 이용자 이탈 현상이 나타났다”며 “흑자 전환 목표를 이뤄내야 하는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 투자가 필요한 비핵심 사업을 끌고 가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 한 고위 관계자는 “쿠팡이츠 사업부에 대한 이슈는 올해 초부터 계속 경영진 사이에서 검토했던 부분”이라며 “수익성 차원에서 매각이 결정됐으나, 어떤 식으로 사업을 정리할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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