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 사는 민모 씨(33)는 추석 연휴 기간 부모님 댁을 찾은 하루를 제외하고는 계속 집에 머물렀다. 민 씨는 평소 새벽 배송으로 식재료를 주문해 먹지만 명절 기간에는 배송이 원활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편의점을 찾아 도시락과 밀키트, 스낵, 주류를 사먹었다. 민 씨는 “명절 기간 이동을 최소화하려다 보니 집 근처의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는 게 가장 편리했다”고 했다.
올해 추석 명절 기간 집 근처 편의점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면서 일부 품목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시즌 특수’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GS25에 따르면 3년 만에 거리 두기 없는 추석이 되면서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인 영향으로 연휴 기간인 9일부터 12일까지 전주 대비 카드·화투의 판매가 958% 증가했다. 어린이 고객이 늘어나면서 아이스크림 매출이 65% 늘었고, 어른들 모임에 곁들일 양주도 49% 더 팔렸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같은 기간 도시락 등 간편식이 40%, 치킨 등 즉석식품이 60%, 냉동육류가 70% 매출 신장을 보였다. 장거리 이동을 감안한 여행용 키트와 안전상비약의 매출도 각각 120%, 70% 늘었다. 이마트24도 자외선차단제(76%), 양주(51%), 소스류(51%)가 잘 팔렸다.
편의점 입지에 따라 판매되는 상품이 엇갈리는 특성도 드러났다. CU에 따르면 주택가 인근 편의점에서 명절 기간 조카 선물용 완구류의 매출이 전주 대비 316% 뛰었다. 명절 음식 준비에 많이 쓰이는 식용유, 소금, 간장 등 조미·소스류 매출도 226% 증가했다. 차례상에 올리는 청주, 막걸리 등 전통주 매출도 181% 올랐다.
귀성객들이 많이 찾는 휴게소나 국도변 편의점에서는 커피와 생수가 각각 772%, 613% 더 팔렸다. 이마트24의 경우 사무실이 밀집한 지역과 주택가에서 밀키트 매출이 각각 840%, 545% 증가했다.
명절에도 고향을 찾지 못하고 혼자 추석을 보내는 ‘혼추족 근로자’들이 많은 산업지대에서는 편의점이 식당 역할을 대신하면서 간편식 판매가 크게 늘었다. CU에 따르면 국밥, 떡볶이, 떡국, 우동 등 냉장즉석식의 매출이 189% 늘었고, 도시락과 김밥도 각각 73%, 63% 매출이 늘었다.
전국의 주요 관광지도 ‘추석 특수’를 누렸다. GS25에 따르면 관광지 인근 편의점 매출이 49% 늘어났다. 품목별로는 아이스크림 매출이 125%, 탄산음료와 원두커피 매출이 각각 89%, 77% 증가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이번 추석은 코로나 엔데믹 이후 첫 명절인 만큼 유동인구가 많아지며 전반적으로 매출 호조를 보였다”며 “연휴 기간 살아난 소비 흐름이 추석 이후에도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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