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인플레이션 쇼크에 14일 글로벌 금융시장이 발작을 일으켰다. 미국 달러화 강세에 원-달러 환율은 13년 5개월 만에 1390원 선을 돌파했다. 국내 증시는 1% 넘게 추락했고, 아시아 주요 증시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8.3%로, 이로 인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고강도 긴축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확산됐다. 고물가가 지속됨에 따라 금리와 환율까지 높은 수준이 유지되는 3고(高) 복합위기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공포도 커졌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3원 오른(원화 가치는 내린) 1390.9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30일(1391.5원) 이후 가장 높다. 이날 환율은 장중 1395.5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엔화 가치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44엔을 웃돌며 초(超)엔저 현상이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행(중앙은행)은 외환시장 개입을 위한 준비 단계로 시장 참가자들에게 환율 수준을 묻는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단행했다. 스즈키 ㅤ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이날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언론 질의에 “모든 수단을 쓴다고 생각해도 좋다”며 강력한 개입 의사를 시사했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도 코스피는 전날보다 1.56%(38.12포인트) 하락한 2,411.42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장 시작과 함께 2,381.50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도 1.74%(13.86포인트) 내린 782.93으로 거래를 마쳤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당기간 고강도 긴축과 경기 불안이라는 이중고가 지속될 것”이 “코스피는 내년 1분기(1~3월)까지 하락 추세가 이어져 최저 2,050 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2.78%(796.01엔) 급락한 2만7818.62엔으로 장을 마쳤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1.59% 하락했고, 홍콩 H지수도 2% 넘게 떨어졌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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