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물가쇼크’ 우려 커져…한은 추가 빅스텝 밟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4일 21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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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022.8.25.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022.8.25. 사진공동취재단
미국의 인플레이션 쇼크와 이에 따른 환율 급등은 국내 경제에도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환율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면서 안 그래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국내 물가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도 이런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지만 미국발 충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어서 고민이다. 당장 한국은행이 물가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이게 되면 소비와 투자 등 실물경기를 위축시킬 공산이 크다.

● 고환율이 고물가 키워…“우리도 ‘물가 쇼크’ 온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폭은 최근 들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최근 한 달 간 90원 가량 치솟은 환율이 조만간 1400원을 돌파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올해 환율이 1500원 선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원화가치의 이런 급격한 하락은 국내 물가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두 달 연속 6%대를 보이다 지난달 5.7%로 다소 둔화되는 조짐을 보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당국자들도 늦어도 10월에는 물가가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인플레발(發)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이는 수입물가의 상승폭을 키워 물가 정점을 후퇴시킬 가능성이 크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미국의 긴축에 더해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도 원화가치 하락세를 키우고 있다”며 “환율이 오르면 물가 부담이 커지고 물가 정점 시기가 멀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국제유가는 다소 낮아졌지만 한국도 미국과 같이 임금이나 서비스 물가가 이미 크게 오른 상황”이라며 “고환율이 지속되면 한국도 미국처럼 시장 기대를 꺾는 ‘물가 쇼크’가 올 수 있다”며 경고했다.

고환율이 기업들의 수출을 늘리고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효과 역시 요즘에는 거의 사라진 상태다. 원자재·부품 수입 가격이 따라 오른 데다, 수출경쟁국의 통화가치 역시 같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가 고착화될 경우 경기침체 속에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찌감치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한은, 빅스텝 카드 꺼내들까


점점 심각해지는 환율-물가 위기에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날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한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시장 안정을 위해 가용한 대응조치를 철저히 점검해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정부도 고환율 추세를 되돌릴 만한 뚜렷한 대책은 갖고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외환시장에서 수시로 달러화를 매도하는 시장개입을 통해 환율 상승 속도를 늦춰보고는 있지만, 실탄(외환보유액)만 계속 소모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결국 고물가 타개를 위해서는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따라 고강도 긴축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앞서 7월에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한은은 지난달에는 금리 인상폭을 0.25%포인트로 낮추면서 연말까지 점진적 인상 기조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연준의 급격한 긴축으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질 경우 이는 고환율과 고물가를 더욱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은이 다음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빅스텝을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런 초강수도 자칫 경기회복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한은이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 가계 이자부담이 늘어 내수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고 전체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올해 1분기(0.6%)와 2분기(0.7%) 연속으로 0%대 성장에 그친 한국 경제는 하반기에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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