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위기에 시달리는 미국이 긴축의 고삐를 더욱 강하게 죄면서 전 세계 다른 나라들도 경제적인 충격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14일 펴낸 보고서에서 “미국과 유럽 모두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으며 미국보다 유럽의 침체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최근 미국과 유럽은 높은 물가 상승률과 그에 따른 금리 인상, 에너지 수급 차질 심화 등으로 경기 둔화의 우려가 커졌다”며 “특히 유럽은 전쟁과 이상기후,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등이 주요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또 가계부채가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회원국들이 처한 환경도 서로 달라 효과적인 대응도 어렵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글로벌 위기 때마다 ‘구원 투수’ 노릇을 했던 중국 경제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올 2분기(4∼6월)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0%대(0.4%)로 주저앉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조치로 제품 생산이 타격을 입고 소비 심리도 얼어붙으면서 생긴 결과다.
신흥국들은 글로벌 강달러의 직격탄을 그대로 맞고 있다. 달러화 강세로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고 외화 부채가 쌓이면서 국가부도 위기에 처하는 나라들도 생기고 있다. 생필품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이들 국가는 환율이 빠르게 오르면서 고물가에 신음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 6월 아세안 5개국(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에 인도 브라질을 더한 신흥국들의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에 달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