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충남 태안군의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일반에 공개했다. 고성능 차량 개발과 세계 굴지의 모터스포츠 참가 등을 통해 글로벌 ‘톱 브랜드’로서의 위상 강화에 집중해 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충남 태안군 남면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126만 m²(약 38만 평) 규모 대지에 펼쳐진 다양한 트랙이 눈을 사로잡았다. 트랙 곳곳에 설치된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로고 입간판과 깃발은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듯했다.
이 센터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의 테스트트랙 ‘한국테크노링’에 위치하고 있다. 제네시스 G70, 기아 스팅어 등이 최대 42도 기울어진 경사면을 시속 200km 이상 고속으로 통과하는 고속주회로를 질주했다. 오프로드 코스에서는 현대 팰리세이드, 기아 모하비, 제네시스 G80 등이 최대 35도의 경사와 진흙, 바위 구간은 물론이고 60cm 깊이 수로도 가볍게 빠져나갔다. 고성능 브랜드 ‘N’의 로고를 단 차량들은 곳곳에서 굉음과 브레이크 밟는 소리를 내며 코스를 주파했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과 함께 프리미엄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 회장은 작년 9월 제네시스 브랜드 행사에서 “서두르지 않고 내실을 쌓아 세계 고급차 시장에서 입지를 견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센티브 전략까지 수정하면서 ‘제값 받기’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익스피리언스 센터는 현대차그룹이 수년간 쌓아온 고성능 주행 기술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도구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2012년 당시 수석부회장이던 정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복귀했다. 이후 10년간 모터스포츠를 통한 자동차 기술력 향상에 공을 들여 왔다. 정 회장은 2015년 N 브랜드 출범을 주도하면서 현대차의 성능 발전에 앞장서기도 했다. 그는 당시부터 “미래 성장동력을 갖추려면 연구개발(R&D) 강화와 브랜드 고급화가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현대차그룹은 이후 N 브랜드 차량을 제대로 소개할 수 있는 전용 인프라 확보를 추진했다. 일반 도로나 경주용 트랙은 N 브랜드의 제동력, 가속력, 회전 시 균형 유지 능력 등을 보여주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014년 BMW가 인천 영종도에 세운 ‘BMW 드라이빙 센터’도 현대차그룹을 자극했다.
결국 현재 부지에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짓기로 하면서 한국타이어와의 시너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현범 회장이 이끄는 한국타이어 역시 다양한 모터스포츠 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전기차 경주 대회 ‘E-프리·Prix(포뮬러E)’ 메인 스폰서로도 나선다. 정 회장과 조 회장은 7일 익스피리언스 센터 개관식에 나란히 참석하기도 했다.
소비자들도 현대차그룹의 이번 행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주일 중 금, 토, 일요일 사흘만 운영되는 이 센터는 일반인 상대 개장일인 16일 판매 한도 175장 중 166장의 이용권이 팔렸다. 자동차 애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 예약은 거의 마감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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