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서 연료전지로 ‘분산형 발전’… 도심 주유소 ‘이유있는 변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9일 03시 00분


SK에너지 ‘도심속 분산형 전원’ 설치된 주유소 가보니…

14일 서울 양천구 개나리셀프주유소에 설치된 연료전지 분산형 전원 설비를 SK에너지 관계자가 점검하고 있다. 소규모 분산형 전원은
 대규모 발전시설과 달리 에너지를 생산한 뒤 가까운 곳에 직접 공급하는 새로운 발전 형태로 각광받고 있다. SK에너지 제공
14일 서울 양천구 개나리셀프주유소에 설치된 연료전지 분산형 전원 설비를 SK에너지 관계자가 점검하고 있다. 소규모 분산형 전원은 대규모 발전시설과 달리 에너지를 생산한 뒤 가까운 곳에 직접 공급하는 새로운 발전 형태로 각광받고 있다. SK에너지 제공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의 개나리셀프주유소. 도심 한복판의 주유소답게 휘발유나 경유를 넣으려는 차량들이 쉴 새 없이 들락거렸다. 그런데 주유기 바로 뒤편 2층 건물의 옥상에는 색다른 시설이 있었다. 115m²(약 35평)의 작은 공간에 설치된 9기의 연료전지 설비다.

SK에너지가 지난달 설치한 ‘도심 속 소규모 분산형 전원’이다. 분산형 발전이란 소규모 연료전지나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전력을 생산해 가까운 지역에 에너지를 직접 공급하는 방식이다. 동네에서 만든 전기를 그 동네에서 쓰는, 이른바 ‘전기 자급자족’인 셈이다. 주유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해 전기자동차를 충전하는 이른바 ‘에너지 슈퍼스테이션’도 가능해진다.

분산형 전원이 최근 주목받는 것은 대규모 발전시설과 장거리 송전망 설치를 놓고 사회적 갈등과 비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차라리 도심에서 전기를 직접 생산하는 것이 전력 공급 안정화에 유리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개나리주유소의 연료전지가 발전 설비라는 이유로 ‘덩치가 크고 시끄러울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설비 앞에서 작은 목소리로도 충분히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소음이 작았다. 연료전지 설치 면적은 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설비의 40분의 1 수준이다.

개나리주유소는 2월 서울 금천구 SK박미주유소에 이은 SK에너지의 두 번째 분산형 전원 거점이다. 주유소를 분산 전원의 핵심 거점으로 삼은 까닭은 우선 숫자가 많아서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주유소 수는 1만1378개. 특히 땅값이 비싼 도심에도 많이 있다.

휴·폐업한 뒤 버려진 주유소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2017∼2021년 새로 문을 연 주유소는 556곳, 휴·폐업 주유소는 3702곳이었다. 5년간 3000곳이 넘는 주유소가 문을 닫거나 영업을 중단한 것이다. 주유소 간 출혈 경쟁이 심화한 데다, 최근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자동차 판매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주유소의 사업성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SK에너지는 주유소 5000개를 분산 발전 거점으로 활용할 경우 135만 명이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규모의 전력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달 초 경제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를 열고 주유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전기차 충전도 가능하도록 하는 규제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현행법상 주유소는 주유설비와 부대시설 외 다른 건축물 설치가 불가능하다. 연료전지나 전기차 충전시설도 마찬가지다. 개나리주유소도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2년간 한시적으로 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정부는 또 분산형 전원과 연계한 전기차 충전소의 경우 ‘전력 직접 판매’가 가능한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발전 사업자는 전력을 소비자에게 직접 팔 수 없고 한전을 통해야 한다. 개나리주유소도 하루 약 7200kWh(킬로와트시)의 전기를 한국전력공사에 판매하고 있다. 정부 규제 개선이 완료되면 건물 옥상의 연료전지에서 생산한 전기를 활용해 1층 충전시설에서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다.

정부는 연료전지와 신재생에너지 등을 활용한 분산형 전원 비중을 2040년까지 30%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SK에너지 김시현 연료전지·분산발전 PM은 “정부가 주유소에서 연료전지 등 분산형 전원 설치 기준도 개선하기로 한 만큼 주유소 등을 활용한 분산형 전원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sk에너지#분산형 발전#개나리주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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