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스타트업 등 국내 기업에서 중동의 ‘오일 머니’가 투자 기회를 물색한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자금이 풍부해진 중동 국가들이 한국의 게임업계와 문화 산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어서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일 서울시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동 지역의 ‘큰손’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관계자들이 서울시와 서울투자청의 초청으로 전날 서울을 방문했다. 이들은 22일까지 국내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네트워킹 행사를 통해 양국의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사우디 국부펀드를 국내로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방한한 사우디 국부펀드는 자다(Jada)와 SVC로 이들은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을 만나며 투자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자다는 사우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공공투자기금으로 정보기술(IT), 금융, 게임, 부동산 등 분야에 투자한다. SVC는 사우디 중소기업청의 직속기구로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모태펀드 운용기관이다.
서울투자청은 최근 글로벌 복합위기와 경기침체 우려로 기업들의 투자 기근이 심화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자금 여유가 있는 오일머니를 타깃으로 투자 유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본희 서울투자청 대표는 “금리 상승 기조 속에 최근 국내에서는 (스타트업 등에 대한) 투자 활동이 부진하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유동성이 풍부한 중동 지역과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중동의 오일머니는 엔씨소프트와 넥슨 등 국내 대형 게임업체에도 신규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올해 초 사우디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는 엔씨소프트 주식을 매수하면서 김택진 대표(11.9%)에 이어 지분 9.26%로 2대 주주가 됐다. PIF는 이 밖에도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 지분을 매입하는 등 게임업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사우디 국부펀드의 이런 투자 행보는 석유 산업에 치우친 산업구조를 다른 영역으로 다변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PIF는 올해 초 전 세계 게임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목표로 관련 법인 ‘새비 게이밍 그룹’을 출범시켰다. 사우디 정부도 자국의 디지털 콘텐츠 시장 활성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이그나이트(Ignite)’를 발표했다.
이 밖에도 이달 말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 e스포츠 정상회의’에는 사우디 e스포츠협회장이자 왕족인 파이살 빈 반다르 알 사우드 왕자가 연사로 참여할 예정이어서 사우디 자금의 추가 투자에 대한 기대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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