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시장 위축으로 인력을 감축하거나 신규 인력을 뽑지 않는 스타트업이 늘면서 고용시장에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스타트업발 인재 유출에 비상이 걸렸던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한숨을 돌리고 있다.
한 IT 대기업의 대표는 “작년이나 올해 초만 해도 개발자 인력들이 면담을 하자고 하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새로 창업을 하겠다거나 스타트업으로 옮기겠다는 사람이 워낙 많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그런 걱정이 좀 덜해졌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에서 다른 스타트업으로 옮기거나 대기업으로 ‘유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직원 150여 명 규모의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추가 인력을 선발하기 위해 채용 절차를 진행하다 다른 분야의 한 스타트업 직원 5명이 단체로 지원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재직 중인 회사가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권고사직을 진행 중이라 이직할 곳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A 대표는 “그동안 좋은 인재를 데려오기가 힘들었는데, 반자의적으로 이직에 나서는 인재가 늘면서 채용이 수월해졌다”며 “개발자를 포함해 인건비 수준도 합리적인 선에서 형성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IT 대기업의 임원은 “개발자 연봉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흐름은 끊기고, 퇴사했던 이들이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동안 구직자들이 꼽은 스타트업의 장점은 자유로운 업무 환경, 스톡옵션을 통한 이른바 ‘대박’의 기회 등이었다. 유동성이 높아져 투자를 쉽게 받은 스타트업들은 구성원에게 높은 연봉과 복지를 제공하며 경쟁적 채용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투자 위축으로 회사의 생존 자체를 담보하지 못하는 스타트업이 늘자 대기업, 공기업 등 안정적인 직장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 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이 현재 근무 중이거나 과거에 근무했던 직원들이 매긴 평점에 근거해 산정한 ‘2022년 상반기 일하기 좋은 기업’에 따르면 종합 순위 10위권에는 공기업과 외국계 기업, 대기업만 포함됐다. 6개월 전만 해도 스타트업들이 상위권에 포진했지만 이번엔 20위권 내에 단 한 곳만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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