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환율과 채권 등 금융시장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예상보다 공격적인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행보에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고 국채 금리도 3.9%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22일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미 연준은 20~2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2.25~2.5%에서 3.0~3.25%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정례회의 직후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대가 달성할 때까지 긴축을 멈추지 않겠다”며 “오늘과 같은 큰 폭의 금리인상이 또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준은 이날 공개한 FOMC 위원들의 금리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수준을 4.4%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6월 3.4%보다 1.0%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또 내년말 금리 전망치도 4.6%로 6월(3.8%) 보다 0.8%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는 올해 남은 두 차례 회의 동안 최소 한 차례는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매파적 내용의 점도표가 공개된 후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4%를 돌파하고 미 달러화도 111을 넘어서는 등 20년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이날 0.75%포인트 인상 결정은 예상에 부합했으나 점도표로 볼 때 미 연준이 앞으로도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이어가고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 동부시간으로 21일 오후 6시 5분 현재 뉴욕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대비 0.98% 하락한 3.534%에서 거래되고 있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2.23% 상승한 4.059%에서 거래중이다. 2년물 금리는 장중 4.104까지 오르는 등 4%대를 넘어섰다. 3.970%까지 치솟았다. 장중에는 3.987%까지 고점을 높이면서 4%를 웃돌았다. 2년물 금리가 4%를 넘어선 것은 2007년 10월 16일(4.138%)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달러화는 큰 폭 오르면서 111을 돌파했다. 같은 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전장대비 1.0% 상승한 111.32에 거래중이다. 2002년 6월 이후 2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파월 미 연준 의장 연설 전만해도 상승세를 보였던 뉴욕 증시는 이날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장 막판 모두 급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 지수는 전장 대비 522.45포인트(1.70%) 하락한 3만183.7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66.00포인트(1.71%) 떨어진 3789.9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04.86포인트(1.79%) 내려간 1만1220.19에 장을 닫았다.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1396.4원에 최종 호가됐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들어 연일 연고점을 경신 중이다. 전날에도 4.7원 오른 1394.2원에 마감하는 등 연고점을 또 다시 넘어섰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연준이 연말 금리전망을 3.4%에서 4.4%로 상향하면서 위험선호 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당국의 잇따른 외환시장 안정 조치에 눈치를 보던 역외 롱플레이(달러 매수)도 강달러, 위안화 약세로 인해 환율 상승 분위기 조성에 일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점도표에 제시된 올해 연말 미국 기준금리가 예상했던 전망 수준을 뛰어 넘는다며 당분간 외환시장에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말 제시된 기준금리 수준이 4.4%%, 내년도 4.6%로 종전 점도표(올해 3.4%, 내년 3.8%)에 비해 각각 1.00% 포인트, 0.80% 포인트 상향됐다는 것은 잭슨홀 미팅 등을 통해 보여진 기준금리 전망치에 대한 눈높이 상향 범주를 뛰어넘는 전망치”라며 “이번 FOMC 이후에도 금융시장에서는 추가적인 변동성 확대와 같은 여진이 불 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당장 외환시장에서 형성되는 환율 동향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달러 환율의 경우 최근 가파른 상승에도 불구하고 추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채권시장에서는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물을 중심으로 금리의 추가적인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예상에 부합한 수준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보통은 환율과 금리가 하락할 수 있는데, 점도표 상에서의 최종금리가 높게 나오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며 “미 채권 금리가 꺾이지 않고 있고, 달러 강세도 이어지고 있어 환율이 연내 1450원까지 올라가고 채권 금리도 3년물이 3.9%까지 올라가는 등 높은 수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상됐던 수준인 만큼 시장 충격이 단기적으로 끝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FOMC 결과 발표 전까지 관망세를 보이던 미 주식시장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직후 하락했는데, 연준이 점도표를 상향 조정한 것은 일정 부분 경기침체를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연준이 피봇(입장선회)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았다는 점도 아쉽긴 하지만 미리 예상하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연준발 시장 충격은 단기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채권 금리가 일시적 오르더라도 예상했던 수준인 만큼 향후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0%포인트 인상 같은 깜짝 이벤트가 없었기 때문에 FOMC 직후 채권 금리는 하방 압력이 커질 전망”이라며 “0.75%포인트 인상은 이미 시장에 상당부분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봇 가능성도 당분간 매우 제한적이고, 채권시장은 이번 회의를 불확실성 해소 재료로 소화할 공산이 크다”며 “앞으로도 금리의 상승장은 조금 더 이어질 수 있겠지만 추가적인 통화정책 서프라이즈가 없다면 정책 관련 금리 민감도는 반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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