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20% 하락땐 순부채 2배 가까이 급증…영끌족 ‘곡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2일 17시 46분


한국은행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

동아DB
미국의 고강도 긴축으로 국내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나섰던 청년층과 영세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이 치솟을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또 앞으로 집값이 20% 하락하면 영끌족 등 ‘고위험 가구’의 순부채가 2배 가까이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나 금리 인상과 자산시장 침체에 따른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 영끌 청년, 영세 자영업자 대출 부실 ‘경고등’


한은이 22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808%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자(0.762%포인트)보다도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취약차주는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대출자를 뜻한다. 2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994조2000억 원)이 1000조 원에 육박한 가운데 영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기준금리라 1.0%포인트 인상되면 청년층 과다 차입자(대출금 5억 원 이상 보유)의 대출 연체율도 1.423%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0.352%포인트)의 4배 수준으로, 영끌·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던 청년층의 연체율이 훨씬 더 가파르게 뛰는 셈이다. 아울러 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하면 가계의 이자수지(이자 수입에서 이자 비용을 뺀 것)의 적자 규모는 가구당 50만2000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기준금리가 1.75%포인트 오른 것은 감안하면 이 기간 영세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3%포인트 이상, 청년층 과다 차입자의 연체율은 2.5%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 집값 20% 하락하면 순부채 2배 급증


고금리, 고물가, 저성장 등 복합위기 속에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3년 연속 이자비용보다 영업이익이 적은 한계기업의 비중(외부감사 대상 기업 대비 한계기업 수)은 2019년 14.8%였다. 하지만 올해 이 비중이 16.9%에서, 최악의 경우 18.6%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은 “대내외 충격으로 한계기업의 부실이 현실화되면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관련 부실이 금융 시스템 전체로 파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부동산 가격이 6월 수준에서 추가로 20% 하락하면 가구의 부채 대비 총자산 비율은 기존 4.5배에서 3.7배로 낮아졌다. 하락률 20%는 팬데믹 기간 20% 정도 오른 아파트 가격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을 가정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특히 집값이 20% 하락하면 부동산 등 자산을 팔아도 빚을 갚지 어려운 ‘고위험가구’의 순부채 규모는 1.5~1.9배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가계 자산의 86%를 차지하는 실물자산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면 모든 계층에서 자산을 팔아 부채를 갚는 대응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고위험가구의 비중은 3.2%에서 4.3%로 1.1%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가계부채의 디레버리징(대출 상환 및 축소)을 점진적으로 유도하는 동시에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실물자산 비중을 완화와기 위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금융상품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