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사진)이 22일(현지 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2.0%)를 내년까지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물가상승률이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기 전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4번째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미 재무장관도 고강도 통화 긴축이 불가피함을 강조한 것이다.
옐런 장관은 “2023년까지 (연준의 물가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연준이 물가를 낮출 능력이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23일 코스피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전날보다 1.81%(42.31포인트) 떨어진 2,290.00에 마감했다. 이는 2020년 10월 30일(2,267.1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코스피가 종가 기준 2,300 선 아래로 떨어진 건 올 7월 6일(2,292.01) 이후 2개월여 만이다.
푸틴의 확전 선언, 고물가 부채질 우려
옐런, 美인플레 지속 시사 러産 원유 제재 강화로 유가 상승 각국 금리인상 효과 물거품 될수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각국 중앙은행도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글로벌 환율 전쟁도 가시화되고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4원 내린(원화 가치는 오른) 1409.3원에 장을 마쳤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22일에는 영국과 스위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8개국이 대폭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이 중 7개국은 0.5%포인트 이상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달러 강세 현상으로 외환시장 불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금리 인상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의 연쇄 기준금리 인상에도 물가 불안의 불씨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옐런 장관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끝나지 않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 전쟁에서 석유와 가스를 무기화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공급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예비군 동원령을 내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욱 격화되고 이에 맞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러시아산(産) 원유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정세를 보이던 유가가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옐런 장관은 경기침체 우려를 일축하며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긴축정책으로) 실업률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며 “미국의 실업률이 역사적으로 낮고 우리는 이런 노동 시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물가상승률이 2.5% 아래로 내려가기 전 최소 6개월은 실업률이 5%를 넘어설 것이라는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전망을 사실상 반박한 것이다. 옐런 장관은 “미국의 실업자 한 명당 (비어 있는) 일자리가 2개 있는 상황이 물가 상승 압력이 되고 있다”며 “견고한 노동시장을 유지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방법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계속 확산하면서 각국 주요 증시는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피가 2개월여 만에 2,300 선 아래로 떨어진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에서도 나스닥지수는 1.37% 하락한 11,066.81로 마감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0.84% 하락했다. 국내 채권시장도 영향을 받았다. 이날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115%포인트 오른 연 4.112%로 4%대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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