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업 재해율은 장기적으로 보면 크게 감소하였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21년 산업재해 현황을 살펴보면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2080명, 재해자 수는 12만2713명으로 단순 계산해도 하루에 5.7명이 일과 관련하여 사망하고, 1시간에 14명이 재해를 경험하고 있다.
미국의 안전심리학자 스콧 겔러(Scott Geller)는 ‘안전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safety)’이라는 책에서 ‘안전은 인간 본성과의 끊임없는 싸움’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즉, 안전관리는 인간 본성과의 싸움으로 생산관리, 품질관리보다 더 어렵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안전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정부, 기업, 노조, 근로자 모두가 ‘원 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10월 발표를 목표로 준비 중인 ‘중대재해감축 로드맵’에도 안전보건에 관련된 구성원 모두가 함께 나아갈 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정부 지원은 기업 특성에 맞추어 이뤄져야 한다. 안전관리 능력을 갖춘 기업은 자율적 안전관리를 시행하도록 하고 정부는 산업재해에 취약한 50인 미만의 제조·건설업에 지원을 해야 한다. 공단이나 고용노동부의 다양한 지원사업을 사업장에 맞춤으로 방문·설명하는 서비스(안전 코디네이터)나 같은 지역 또는 산단의 소규모 기업이 공동 안전관리자를 선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업은 안전이 사내에 핵심 가치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안전에 대한 노력이 직원 스스로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핵심성과지표에 안전을 포함시키고, 특히 안전관리자나 임원에게는 충분한 비중을 적용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안전이 생산이나 품질을 관리하는 수준만큼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안전문화 조성을 위해서 기업 안전관리 방식을 ‘불안전 행동 감소’에서 ‘안전행동 증가’로 진화시켜 긍정적인 경험을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안전에 흥미, 의미, 가치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업의 상황에 맞게 중장기적으로 실행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노조의 제1 목표도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조는 일터에서 위험을 발굴하고 이를 제거하는 활동을 주도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나 노사협의체에서 안전 사안에 대해 건의-실행-점검-조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 개인이 작업중지권을 잘 모르거나 사용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으므로 이를 근로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무엇보다 노조에서는 동료와 근로자들이 서로 어떻게 일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작업 전·중·후 안전에 관해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근로자 스스로도 안전이 핵심과제라는 것을 내재화해야 한다. 법·제도·안전관리시스템이 사고를 100% 예방할 수는 없다. 안전의 마지막 퍼즐은 근로자의 안전에 대한 관심과 참여 그리고 규정에 대한 준수 노력이다. 과거와 달리 작업 전, 더 많은 사항을 점검하고 작업 중에도 안전에 관한 요구가 더 많아지고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변화에 저항하는 존재지만 나의 생존과 건강을 위한다는 인식으로 불편함과 수고스러움을 감수하고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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