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서 주식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 뿐 아니라 주요국들이 금리 인상을 통한 긴축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3분기(7~9월) 기업 실적 전망마저 좋지 않다. 올해 내내 주식시장엔 먹구름이 낄 것으로 예상된다.
● 주식시장 떠나는 개미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의 성격을 가진 투자자예탁금은 23일 51조5260억 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9월 말(68조3463억 원)보다 24.6% 줄었다. 앞서 21일 투자자예탁금(50조7793억 원)은 올해 들어 가장 적었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금액 또는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 투자 열풍이 불면서 2019년 말 27조3933억 원에서 2020년 말 65조5227억 원으로 급증했다. 올 4월까지도 60조 원대를 유지했지만 이후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자 줄기 시작했다.
금리가 오르면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험자산인 주식보다는 은행 예금을 선호하게 된다. 또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긴축 정책을 펼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개미들은 증시가 앞으로도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코스피 시장에서 떠나며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조1170억 원을 순매도 했다. 올해 초부터 이달 23일까지 외국인이 순매도한 금액은 12조3222억 원에 달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슈퍼달러’ 현상이 지속되자 국내 주식의 달러 표시 가격이 떨어져 외국인에게 갈수록 투자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 코스피·코스닥 시총, 1년 만에 575조 원 증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금리 인상, 강달러 압력과 경기 침체 우려 등이 겹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도 추락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일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은 총 2137조4038억 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9월 23일(2712조9003억 원)보다 575조4965억 원 줄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작년 7월 8만1200원에서 5만4500원으로 32.9%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이 159조3932억 원이나 사라졌다. SK하이닉스도 주가가 12만5000원에서 8만3500원으로 33.2% 빠지면서 시가총액이 30조 원 축소됐다. 성장주에 대한 투자심리도 얼어붙으면서 카카오와 네이버 시가총액은 77조 원 넘게 사라졌다.
상장사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좋지 않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전망을 제시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218곳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51조999억 원이다. 지난해 3분기 실적(57조2353억 원)과 비교하면 10.7% 낮다. 3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추정치는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갈수록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23일 코스피가 연저점을 경신했는데 직전 연저점이었던 7월 초와 비교해보면 수요 위축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훨씬 높아졌다”며 “금리가 기존 전망치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확산되고 있어 코스피의 연저점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