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노조(당진·인천·포항·당진하이스코 지회)가 24일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가 임직원들에게 제공한 특별격려금(400만 원)을 똑같이 지급하라며 146일간 이어졌던 충남 당진제철소 사장실 점거를 풀었다. 대신, 이날부터 철강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는 ‘게릴라성 파업’에 돌입했다.
8시간씩 하루 두 번, 쟁의 지침을 바꿔가며 공정별로 파업을 벌이는 게릴라성 파업은 예고 파업과는 달리, 회사가 작업 일정을 조율할 시간이 없어져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태풍 ‘힌남노’로 인한 침수 피해로 포스코의 철강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상황에 이번 현대제철 파업까지 겹치면서 국내 산업계의 철강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제철 노조, 철강 수급 우려에도 파업 강행
2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제철 4개 지회는 24~25일, 당진제철소 후판·특수강 공정 조합원에게 쟁의 지침을 내리고 하루 8시간씩 파업을 벌였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참아왔던 분노를 사측에 보여주자”라며 이번 파업이 장기전으로 갈 것임을 경고했다. 노조 측은 이번 파업을 강행하면서 “2022년 임금단체협약을 위한 16차 교섭 요청에 사측은 한 번도 나오질 않았다”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7월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찬성률 94.18%로 쟁의권을 확보한 현대제철 노조는 그간 “사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파업을 불사하겠다”며 압박해왔다. 현대제철 노조는 순천지회를 포함한 5개 지회의 공동 교섭을 요구해온 반면, 현대제철은 “지회별 임금체계가 다른 만큼 단위별(당진 지회+나머지 4개 지회)로 협상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철강업계는 특별격려금 지급 여부가 교섭 불발의 근본적인 이유가 됐다고 보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가 5월 2일부터 당진제철소 안동일 사장실을 점거하며 농성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측으로서는 교섭에 나서기가 부담됐을 것이란 풀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장실 점거 농성에도 사측이 움직이지 않자 노조는 ‘생산 차질’을 인질 삼아 사측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라며 “포스코의 침수 피해로 철강 수급에 우려가 커지는 현황을 역이용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주 호황 맞이한 조선업계, 불똥 튈까 전전긍긍
후판과 특수강이 현대제철 노조의 파업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이를 원재료로 활용하는 조선과 건설, 자동차 업계는 근심에 빠졌다. 특히 최근 수주량이 급증한 조선업계는 간신히 안정세에 접어든 후판 가격이 재반등 하진 않을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6월 평균 122만 원대였던 국내 철강유통가는 7~8월 115만 원 안팎으로 떨어졌다가 9월 들어 다시 120만 원대로 높아지는 추세다.
국내 후판 생산량 900만 톤선 복귀를 바라던 업계의 기대에도 찬물이 끼얹져진 분위기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후(중)판 생산량은 2020년 901만 8000톤에서 지난해 888만 9000톤으로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는 전년 동기 대비 1.5%가 늘어난 453만 8000톤을 생산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포항제철소 물량을 광양제철소로 이관한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거기에 30% 후판 물량을 담당하던 현대제철까지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중국산 후판 등을 대체재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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