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증시 ‘블랙 먼데이’]
日 기시다 “30년만에 엔화 대폭락”… 中은 ‘1달러=7위안’ 마지노선 깨져
선물환 위험준비율 높여 방어 나서… 인플레 잡고 자본유출 막기 위해
세계 각국, 기준금리 인상 잇따라… 통화가치 올리는 ‘역환율 전쟁’중
달러 강세 시대에 아시아 경제의 양대 축인 중국과 일본의 화폐 가치가 급락하면서 ‘제2의 1997년 외환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 자본이 아시아를 탈출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26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0원 급등(원화 가치는 급락)한 1431.3원에 마감하면서 한국 화폐 가치도 떨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25일(현지 시간) “미국과 중-일 금리 격차가 심해지며 외환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은행도 최근 전 세계의 동시다발적인 긴축적 통화정책에 따른 ‘슈퍼 달러’ 현상으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 “30년 만의 엔화 대폭락”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26일 위안화의 달러 대비 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0378위안 올린 7.0298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달 들어 7거래일 연속 위안화 가치를 절하해 고시했다. 중국 당국이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7위안 이상으로 고시한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다. ‘1달러=7위안’은 중국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져 왔다.
이날 런민은행은 금융기관이 외환 선물환 거래를 할 때 런민은행에 1년간 예치해야 하는 외환위험준비금 비율을 28일부터 0%에서 20%로 올린다고 밝혔다.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자 위안화 방어를 위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엔화는 최근 달러당 145엔을 돌파해 일본 금융 당국이 아시아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4년 만에 개입에 나서는 등 최악의 화폐가치 하락을 겪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2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를 찾아 “1년간 엔화 가치가 30엔 이상 떨어졌는데 이런 일은 과거 30년간 없었다”며 “과도한 변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금융당국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엔화 가치 하락 추세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일본 중앙은행은 최근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며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해 미일 금리 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신흥시장 전문가인 짐 오닐 채텀하우스 의장은 “엔화가 달러당 150엔을 돌파하면 아시아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 세계는 역(逆)환율 전쟁 중
이미 아시아 시장에서 자본 유출이 진행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한국 증시에서 137억 달러(약 20조 원), 인도에서 200억 달러(약 29조 원), 대만에서 440억 달러(약 63조 원)가 빠져나갔다. 개발도상국 금융위기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대출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가장 큰 무역국이란 점은 아시아 경제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돼 달러가 빠져나가다 보니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이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영국, 캐나다, 스웨덴 등 주요국들은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 물가를 잡고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자국 통화의 가치를 올리는 ‘역환율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영국에선 11월 금리 1.25%포인트 인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스위스와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캐나다 등 각국도 잇따라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이상의 강력한 긴축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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