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기자회견서 “한화에 특혜, 노조 배제” 주장
하청지회 대상 손배소 포기 요구도
노조 반발에 M&A 어려워지나 우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가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반발하고 나섰다.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줬고, 매각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배제됐다는 이유에서다. 대우조선이 그 동안 강성 노조와의 대립으로 몸살을 앓아왔던 만큼, 노조의 움직임이 향후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부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속노조는 27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그룹으로의 졸속, 특혜 매각에 동의할 수 없다”며 사실상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전날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대우조선해양 정규직 노조)가 “노조와 상의 없이 매각을 결정한 건 폭거”라는 성명을 내놓은 데 이어, 상급노조인 금속노조도 전면에 나선 것이다.
금속노조는 “윤석열 정권의 조선산업 전망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는데 대우조선부터 매각한다고 서두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현 정부를 겨냥했다.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51일간 독을 불법 점거했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에 대한 470억 원 규모 손배소도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노동계의 반발은 예상돼왔다. 대우조선 노조는 그 동안 동종업계나 해외 및 투기자본에 매각하거나 분리 매각에 반대하는 동시에 매각 논의에 노조의 참여를 요구해왔다. 매각 과정에서 고용 승계를 보장받는 것은 물론 인수합병(M&A) 이후 예상되는 인력 구조조정을 막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KDB산업은행은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한화로의 매각을 결정했다. 산은은 26일 한화그룹이 2조 원을 투자해 대우조선 지분 49.3%와 경영권을 확보하는 내용을 담은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산은은 “모든 대기업과 접촉한 결과 한화그룹의 인수 의사를 확인했다”며 사실상 한화 외에는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의 강력한 반대는 M&A 과정에서 인수자 측에 적잖은 부담을 줄 수 있다. 한화그룹은 2008년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할 당시에도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정밀실사를 하지 못했고,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2019년 현대중공업의 인수합병에도 반대하며 실사를 저지한 전력이 있다. 2018년 대우건설 매각 과정에서 호반건설은 노조의 강력한 반대 등을 이유로 인수를 포기했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로 넘기려 했으나 노조와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8월 매각을 철회해야 했다. 한화그룹은 전날 “노조와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노사 관계도 구축할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가 M&A와 같은 경영 사안에 개입할 근거는 없지만, 여론이 악화되면 인수 측에서는 부담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대우조선은 6~7월 하청지회 파업을 겪었던 만큼, 노조 리스크(위험)이 큰 업체다. 하청지회 파업 과정에서 대우조선 근로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던 금속노조가 M&A를 계기 삼아 대우조선에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우조선 노조는 29, 30일 예정됐던 임금 단체 협상(임단협)과 관련된 쟁위행위 찬반 투표를 매각 문제와도 연계시켜 처리하기로 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노조는 줄곧 회사 매각 시 고용 승계 등을 보장하라고 요구해왔다”며 “M&A 이슈가 발생한 만큼, 노조의 대응 수위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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