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쌀때 사자’…외국 투자자들, 韓부동산 매수 러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7일 16시 42분


코멘트
올해 들어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의 상업용 부동산 매입에 대거 나섰다. 달러를 들고 투자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면 원화를 그만큼 더 많이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30원 대를 돌파했고, 연내 1500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외국 투자자들의 국내 자산 매입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조사업체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RCA)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외국인의 국내 상업용 부동산 투자액은 약 5조5271억 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연간 투자액인 2조612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내 기관투자는 26조1201억 원에서 9조9488억 원으로 급감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블랙스톤 등 외국계 투자사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로 부동산펀드를 만들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원경 대신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십여 년간 외국계 투자자들은 국내 시장의 중요한 유동성 공급자로 역할을 해왔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아시아태평양에 투자하는 신규 펀드를 조성하고 있고, 그 중 상당 규모의 자본이 한국으로 배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의 한국 투자는 올해 상반기(1~6월)까지 국내 상업용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RCA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한국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21.6%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15.4%, 홍콩 3.9%, 일본 2.8% 오르는데 그쳤다.

외국 투자가들은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 등)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매수인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990명의 외국인이 집합건물을 매수했다. 하반기(7~12월) 들어 한국 부동산 경기가 주춤하고 있지만 집합건물을 산 외국인 수는 연초보다 더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 큰 손들의 국내 투자는 달러 강세가 예상되는 올해 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외 투자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기 이전부터 국내에 지사를 설립하며 투자 환경을 조성해 왔다. 코로나19 때 중국이 도시를 봉쇄했고, 일본의 부동산은 가격 상승이 더뎌 해외 투자사들은 특히 한국 부동산 시장을 주목했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부사장급 인사는 “최근 원화가치 약세로 인해 외국 투자가들은 보유한 달러에 20~30% 프리미엄 효과를 누릴 수 있어 당분간 국내 자산 매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현상이 장기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올해 하반기 들어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 경기가 꺾이는 것이 변수다. 강달러 현상을 제외하면 국내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의 한 대체투자담당 임원은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있어 환율 효과는 투자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며 “미국이 빠르게 금리를 올리고 있어 외국 투자사들이 미국으로 투자처를 돌릴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