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 산하 핵심 연구개발 조직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국방 정책을 위한 각종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관리·감독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1960년대에 군사 네트워크를 연구하면서 최초의 인터넷이 개발되기도 했다. DARPA는 비용이 많이 들고 실패 가능성도 높지만, 성공할 경우 획기적인 군사력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어 세계 각국에서 벤치마킹하는 연구 조직이다. 미국 정부는 DARPA 모형을 보건의료 분야에 적용한 ARPA-H(의료고등연구계획국)도 설립했다.
한국 정부도 DARPA 모형을 참고해 첨단 바이오 기술을 공공 보건에 확산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형 ARPA-H 설립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DARPA를 벤치마킹한 다양한 국제 조직 가운데에 보건 분야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웰컴도약기금(Wellcome Leap)을 눈여겨볼 만하다. 웰컴도약기금은 글로벌 자선 단체인 영국의 웰컴신탁재단(Wellcome Trust)이 국제 보건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설립한 비영리 기관이다.
레지나 듀건 웰컴도약기금 대표(사진)는 26일 동아일보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건 대표는 제19대 DARPA 국장을 역임했다.
웰컴도약기금은 보건 분야 난제를 해결할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지원하는 일을 한다. 두건 대표는 “DARPA에서 일하면서 해결 가능성이 있고 인류에 중요한 문제라면 무조건 시도해야 한다는 인생의 교훈을 얻었다”며 “‘만약’을 강조하면서 보건 분야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결과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웰컴도약기금은 전 세계 75만 명 이상의 연구원과 기술자가 네트워크로 이어져 있다. 다만 두건 대표는 “DARPA는 특정 국가의 전략적 이권을 위해 설계됐지만, 웰컴도약기금은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 세계 활동가들의 모임을 조성하기 위해 설계됐다”고 했다. 한국형 ARPA-H 모형 개발을 성공하려면 무엇이 중요할까.
두건 대표는 기존에 없었던 조직인 만큼 자금 조달, 지원 체계에 대한 혁신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그저 자원 투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원 결과를 보장 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혁신을 일으킬 확률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조직을 설계해야 오래 갈 수 있다”며 “또 감염병이나 기후변화 등은 국가, 학문 간 경계를 뛰어 넘어 인류에 위협이 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역시 국가와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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