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계류 중인 반도체특별법이 무엇보다 빨리 통과돼야 합니다. 지금 반도체 경쟁에서 밀리면 한국이 신(新)식민지가 될 수 있습니다.”
국회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양향자 의원(무소속)은 28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반도체·인플레감축법(IRA) 등 미(美) 공급망 재편과 한국의 대응 간담회’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는 미중 경쟁 움직임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상황에서 한국의 대응 방향을 점검하기 위해 전경련 주최로 열렸다.
지난달 특위가 발의한 반도체특별법 중 투자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양 의원은 “기재부에서 우려하는 세수 감소 등은 향후 핵심 산업 성장으로 인해 이어질 미래의 세수 확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지금 한국은 과학기술 패권국가로 가느냐, 신식민지로 전락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했다.
그는 “(IRA 법안은) 미국 내 생산만으로도 자국 경제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낸 것”이라며 “우린 미중 전쟁이라 하지만 실제로는 한미 전쟁이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응 전략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 등 상위 주체를 통한 제소를 이어가는 한편 시행령이 구체화되기 전 미국 국무부, 무역대표부(USTR)와의 협상과 미 의회 설득 작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핵심 광물의 공급망 확보를 위해 국가 차원의 전략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동환 국제전략자원연구원장은 “20세기가 석유를 둘러싼 전쟁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광물 전쟁의 시기”라며 “미국이 중국에 대해 광물 전쟁을 선언한 셈이지만 아직 미국조차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현재 우리 기업들이 리튬 등 주요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는 업무협약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IRA가 제시한 조건을 맞추려면 하루라도 빨리 공공 부문 자원개발 생태계를 복원시키고 민간 기업의 광물 투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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