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고강도 긴축 여파로 국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 상단이 연 7%를 돌파한데 이어, 연내 8%대까지 오를 수 있단 전망이 나오면서 차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리상승 기조가 계속되는 만큼 변동금리 대출을 보유한 차주라면 고정형 정책금융 상품 등으로 갈아타는 것을 고려하고, 신규 대출자의 경우 금리 변동 영향이 적은 상품을 선택할 것을 권했다. 당장 금리가 더 낮은 변동금리 대출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신잔액 코픽스’ 연동형 주담대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27일 연 4.73~7.281%로 올라 상단금리가 7%를 넘어섰다.
주담대 금리가 급등한 것은 미국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 여파로 채권 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혼합형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하루 새 0.334%포인트(p) 급등해 5.129%까지 치솟았다. 2010년 3월 이후 12년7개월 만의 최고치다.
신규코픽스(COFIX·자본조달비용지수)를 준거금리로 삼는 4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4.40~6.828%로 올라 상단이 7%에 육박했다. 4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도 5.68~6.77% 수준까지 올랐다.
금융권에선 주담대 최고금리가 연내에 8%대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준이 당초보다 강경한 자세로 자이언트 스텝을 3회 연속 단행하고 추가 인상도 예고함에 따라, 한은 역시 연내 두 차례(10월·11월) 남은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넘어서는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기존 대출을 보유한 차주의 경우 ‘안심전환대출’ 등 고정형 정책금융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이자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반 고정형 주담대는 금리대가 많이 올랐고, 중도상환수수료도 고려해야 한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 주담대를 장기·고정금리로 대환해주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금리가 연 3.7~4%로 저렴하고, 대환시 중도상환수수료도 없다.
다만 올해엔 부부합산소득 7000만원 이하이면서, 주택가격(시세 기준)이 4억원 이하인 1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다. 대출한도는 기존 대출 잔액 범위에서 최대 2억5000만원까지다. 현재 주택가격 기준이 까다로워 신청률이 저조하지만, 내년부턴 집값 기준이 9억원 이하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금융 대상이 아닌 일반 차주라면 금리 상승 폭을 제한하는 ‘금리상한형 주담대’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연간 금리 상승폭을 최대 0.75%p, 5년간 금리 상승 폭을 2%p 이내로 제한하는 상품이다. 은행이 금리 리스크를 떠안는 만큼 기존 대출금리에 0.15~0.2%p의 가산금리가 붙지만, 최근 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의 경우 한시적으로 이를 면제해주고 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연간 최대 금리 인상 폭을 0.5%p로 낮췄다.
취업, 승진으로 재산이 늘었거나 신용등급이 올라간 차주라면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해볼 만하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차주가 재산 증가, 개인신용평점 상승 등으로 신용이 개선됐을 때 금융사에 금리를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지난달부터 금융권의 금리인하요구권 실적 비교공시가 시작된 만큼 은행들이 실적 경쟁에 나설 경우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을 보면 5대 은행 중에선 농협은행이 59.5%로 가장 높았다.
당장 고정금리 대신 금리가 더 낮은 변동금리로 우선 대출을 받으려는 차주는 ‘신잔액 코픽스’ 연동형 대출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변동형 주담대 준거금리인 코픽스는 ‘신규취급액 코픽스’와 ‘신잔액 코픽스’ 등으로 나뉜다. 신규코픽스의 경우 은행 예·적금 등 신규 조달금리 상승 폭 만큼 대출금리에 반영되는 반면, 신잔액 코픽스는 조달잔액의 평균금리 상승 폭만큼 대출금리에 반영되기 때문에 금리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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