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의 ‘응급처방’으로 진정됐던 금융시장이 다시 들썩였다. 미국을 대표하는 애플과 나이키 주가가 무너지며 뉴욕 증시는 하루 만에 상승분을 반납했다. 스탠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또다시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 이날 S&P 500 기업의 20% 가량이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58.13포인트(1.54%) 떨어졌고, S&P 500 지수는 78.57포인트(2.11%) 급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314.13포인트(2.84%) 급락한 1만737.51에 장을 마쳤다.
전날까지만해도 영국 중앙은행(BOE)이 긴급 국채 매입에 나서면서 ‘파운드화 쇼크’가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듯 했다. 3대 뉴욕 증시 주가가 오르고, 날뛰던 국채 금리가 영국의 감세정책 발표 이전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즈 트러스 내각이 감세정책과 지출 확대정책을 통해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이날 밝히며 영국 발 부채위기 우려를 부채질했다. 크리스 터너 ING 수석 시장 담당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BOE의 개입으로 시장이 딱 12시간 잠잠해졌지만 그들은 명백하게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 시총 1위 애플의 수요 부진도 시장에 충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수요 부진으로 신제품인 아이폰14의 증산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져 이틀 연속 급락세를 보였다. 특히 이날 애플 주가는 4.9% 급락했다. 올 들어 경기 둔화에도 꿈쩍없이 잘나가던 애플이 흔들리면서 관련된 테크 기업인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퀄컴 등도 줄줄이 급락하며 52주 신저가를 찍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나이키 주가도 이날 3.4% 가량 급락한데 이어 실적발표 후 시간외거래에서 9%가까이 하락 중이다. 나이키 자사 회계 1분기(6~8월)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 급락한데다 재고가 44% 급증한 탓이 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이 여전히 뜨거운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준의 거침없는 돈줄 죄기 행보가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시장을 비관론에 빠뜨렸다. 이날 미 노동부는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9만3000 건으로 5개월 만에 최저치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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