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료 인상폭 차등 적용
반도체-철강 등 비용부담 더 커져… 대기업 요금부담 10% 넘게 늘듯
“원자재값 상승-경기침체 악재속 전기료마저 경영에 큰 변수 돼”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9년 만에 전력 사용량에 따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폭을 다르게 매긴 것은 기존 요금체계가 사용량이 많을수록 판매단가가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력 소비량이 많은 반도체, 철강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원가 부담이 더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치솟은 환율과 물가로 이미 경영 환경이 악화된 산업계는 정부가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대기업 요금 부담 10% 넘게 늘 듯
정부는 대기업이 주로 쓰는 ‘고압 B·C’ 항목의 전기요금을 1일부터 kWh(킬로와트시)당 16.6원 올리기로 했다. 한전 관계자는 “기존 요금체계는 전력을 많이 쓰는 사용자일수록 사실상 낮은 판매단가를 적용 받는 구조였다”며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고압 B는 표준전압 15만4000V(볼트) 사용자, 고압 C는 34만5000V 사용자가 각각 해당된다. 공급 전압이 높을수록 전력 사용량이 많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이 주로 쓰는 고압 A(3300V 또는 6만6000V)는 kWh당 11.9원 인상된다.
이번 인상으로 대기업의 요금 부담은 10% 넘게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계약전력 25만 kW로 전기를 쓰고 있는 기업의 경우 24억8000만 원가량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시간대별 사용량 등이 같다고 가정한 것으로, 실제 추가 부담액은 다를 수 있다. 계약전력 5kW로 1000kW를 사용하는 작은 점포는 12만3020원에서 13만1430원으로 6.8%(8410원)가량 요금 부담이 커진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한전에서 받은 ‘전력 다소비 기업 상위 30개사 판매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용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한 기업은 1만8412GWh(기가와트시)를 쓴 삼성전자였다. SK하이닉스(9209GWh), 현대제철(7038GWh), 삼성디스플레이(6781GWh)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는 에너지를 많이 쓰는 30대 기업과 협약을 맺고 자발적인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산업부문 에너지의 63%를 소비하는 30대 기업과 자발적인 효율 혁신 협약을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별로 효율 향상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에너지 절감계획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 산업계 “악재 쌓였는데 전기요금까지 부담”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전기료 인상 규모가 예상보다 높다”며 “이렇게 되면 전기료는 기업 경영에 너무 큰 변수가 된다. 철강 제품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기 침체 등 악재가 쌓인 상황에서 전기요금 부담까지 더해졌다는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이 기업 경영활동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이미 한계 상황에 놓인 우리 기업들의 경영활동 위축이 가속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 선진국들은 현재의 에너지 위기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자국 산업 경쟁력 보호를 위해 산업계에 보조금 지급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에 추가 대책을 주문했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에너지 절약시설 등에 대한 기업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금융·세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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