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상단이 연 8%를 넘어섰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차주들의 상환이 이어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한 달 사이 2조원 이상 감소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신용대출 상품인 ‘쏠편한 직장인대출S’의 금리(금융채 12개월)는 이날 기준 연 7.15~8.05%로 금리 상단이 연 8%를 넘어섰다. 국민은행 ‘KB 직장인든든 신용대출’의 금리 상단도 연 7%대를 웃돈다.
은행권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6%를 돌파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신규취급액 기준 은행의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연 6.24%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7월(6.25%) 이후 9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으로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출금리는 가파르게 뛰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 산정의 지표로 쓰이는 금융채(무보증·AAA) 12개월물 금리는 지난달 28일 4.474%로 2009년 1월2일(4.69%)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1.731%)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약 2.7%포인트가 올랐다. 전날에도 4.293%에 거래를 마치며 4%대에 머물고 있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기존 대출자들은 신용대출을 상환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개월째 감소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25조5620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519억원 줄었다. 감소폭도 3월 이후 가장 컸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기존 대출을 갚아나가는 추세”라며 “자산시장이 침체된 데다 금리가 너무 올라 신용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수요가 사라졌다. 주택 시장도 주춤하면서 주택 구입을 위해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 상환이 이어지면서 전체 가계대출 잔액도 감소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830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3679억원이 줄었다. 이는 9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다.
대출금리는 앞으로도 더 오르면서 차주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기준금리가 연내 0.75~0.1%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의 고강도 긴축으로 한은도 ‘빅스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도 계속 오르면서 연말까지 신용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 감소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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